Home국방"계약서 쓰기도 전에 도착한 K-전차" K2 상륙에 페루 사람들도 놀란 이유

“계약서 쓰기도 전에 도착한 K-전차” K2 상륙에 페루 사람들도 놀란 이유

지구 반대편 페루 칼라오 항구에 한국산 전차가 내렸다. 선박 추적 데이터와 현지에서 촬영된 영상을 근거로 한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 주 자동차 운반선 글로비스 세이프티호를 통해 K2 흑표 전차 최소 2대와 K808 차륜형 장갑차 6대가 페루에 도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 최종 구매 계약이 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실물 장비부터 상륙하자, 이 사업을 지켜봐 온 현지 관찰자들 사이에서도 놀랍다는 반응이 나왔다.

본계약 전에 전차부터 보낸 이유

이번 인도의 뿌리는 지난해 12월 9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대로템은 당시 페루 리마에서 페루 육군조병창(FAME)과 K2 전차 54대, K808 장갑차 141대 등 총 195대를 공급하는 총괄합의서를 체결했다. 다만 이는 사업의 틀을 정한 기본협정으로, 가격과 납기를 확정하는 이행계약은 별도로 남아 있다.

정식 계약 전에 소수 장비를 먼저 보내는 것은 국제 무기 거래에서 드물지 않은 방식이다. 페루 승무원들이 안데스 고지대 시험과 노후 T-55 전차와의 비교 평가를 거친 뒤 전량 주문을 확정하도록 하는 절차라는 분석이 나온다. 페루군은 1970년대 소련제 T-55를 아직 주력으로 쓰고 있어 세대교체가 절실한 상황이다.

3조 원 걸린 남미 최대 방산 계약

이 사업의 규모는 약 20억 달러, 우리 돈 3조 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성사되면 한국의 중남미 방산 수출 사상 최대이자, 폴란드에 이은 K2 전차의 두 번째 수출이자 유럽 밖 첫 판매가 된다.

현대로템은 2024년 K808 장갑차 30대를 페루에 수출하며 남미 시장에 첫발을 디뎠고, 폴란드와는 K2 1000대 기본계약에 이어 360대 수출을 확정한 바 있다. 이번에 도착한 K808 일부는 기존 사양과 전면부 형상이 달라 페루 요구에 맞춘 개조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양측 모두 확인하지 않아 추측 단계에 머물러 있다.

탄핵 정국 넘어 최종 계약까지 남은 변수

변수는 페루 정치였다. 올해 2월 페루 대통령 탄핵으로 과도정부가 들어서면서 대규모 방산 사업 확정이 어려워졌고, 이행계약 협상도 늦춰졌다. 다만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협상이 다시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페루가 과거 러시아·중국산 전차 평가를 진행하다 접은 전례가 있는 만큼 최종 서명까지 긴장을 놓기는 이르다. 그러나 계약서보다 먼저 도착한 전차는 양측 모두 이 거래의 성사를 기대하고 있다는 가장 확실한 신호라는 평가가 많다. 안데스 산맥에서의 시험 성적표가 3조 원짜리 계약의 향방을 가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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