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나라 빚이 사상 처음으로 40조 달러를 넘어섰다. 앞서 월간 재정적자가 코로나19 이후 최대를 기록하며 경고음을 울린 데 이어, 이번엔 총부채가 상징적 고지를 뚫은 것이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연방 부채는 지난 18일 40조 470억 달러로 40조 선을 처음 넘었고, 25일에는 40조 980억 달러까지 불어났다. 우리 돈으로 약 5경 5000조원, 1주일 새 약 71조원이 늘어난 셈이다.
이자만 1500조원 시대

더 무서운 것은 빚에 붙는 이자다. 2026회계연도 미 정부의 누적 이자 비용은 이미 1조 1700억 달러로 1년 전보다 15% 늘었고, 회계연도 전체로는 국방 예산을 웃도는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과 대규모 감세, 코로나19 시기의 재정 살포가 수십 년간 쌓인 결과다.
문제는 저금리 시절 찍은 국채가 대거 만기를 맞고 있다는 점이다. 2026~2028년 만기가 돌아오는 고정금리 국채는 약 8조 5000억 달러어치로 추정되는데, 이를 더 높은 금리로 차환해야 해 이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지는 구조다. 빚을 갚기 위해 더 비싼 빚을 내는 악순환이다.
금리가 보내는 경고

시장은 이미 반응하고 있다. 미국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주 한때 연 5.336%까지 올라 2007년 이후 19년 만의 최고치를 찍었다. 여기에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에 나선 빅테크들이 초장기 회사채 발행을 쏟아내며 국채와 자금을 놓고 경쟁하는 상황까지 겹쳤다. 미국의 조달 금리는 세계 자금의 기준 가격표여서, 이 금리가 뛰면 각국 정부와 기업의 이자 부담도 함께 커진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40조 달러라는 숫자에 특별한 마법은 없다”며 성장으로 부채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세금을 올리거나 지출을 줄이지 않는 한 부채 비율 상승을 막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재무부가 국채 재매입 규모를 두 배로 늘리며 금리 진화에 나섰지만, 월가의 저명 투자자 스탠리 드러켄밀러는 인위적으로 금리를 누르는 것은 위험을 키우는 큰 실수라고 비판했다.
흔들리는 달러 패권, 그러나

세계 중앙은행 외환보유액에서 달러 비중은 1999년 71%에서 최근 57% 수준으로 낮아진 것으로 전해진다. 부채가 화폐의 권위를 갉아먹고 있다는 신호다. 다만 달러가 당장 기축통화 지위를 잃을 가능성은 낮다는 게 중론이다.
미국의 한 저명 경제학자는 달러가 예전만큼 압도적이지는 않아도 ‘더 작은 언덕의 왕’으로는 남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법정 부채한도 41조 1000억 달러까지 남은 거리는 이제 1조 달러 남짓. 미국의 빚 시계가 어디까지 갈지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