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약서에 적힌 날짜보다 반년 넘게 빨리 전차가 도착했다. 현대로템이 폴란드와 맺은 K2 전차 2차 이행계약의 초도물량 28대가 폴란드 땅을 밟았다. 앞서 K방산 수출 수주가 올해 반토막 났다는 우려와 서방 핵심 시장의 벽이 지적된 데 이어, 이번에는 한국 방산의 가장 강력한 무기인 ‘납기 속도’가 다시 한번 입증된 셈이다.
지난해 8월 계약, 1년 만에 도착

26일 유럽 군사전문매체 캘리버 디펜스에 따르면 폴란드는 현대로템으로부터 K2GF 전차 28대를 인도받았다. 지난달 창원에서 조기 출하된 물량이 해상 운송을 거쳐 이번에 도착한 것이다. 브와디스와프 코시니악-카미시 폴란드 부총리 겸 국방장관은 X(옛 트위터)를 통해 “지난해 8월 체결된 K2 전차 2차 이행계약분 중 초도물량이 도착했다”며 “28대의 K2 전차는 제16기계화사단의 전력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제16기계화사단은 폴란드 북동부에서 러시아 역외영토 칼리닌그라드 국경을 지키는 최전방 부대다. 1차 계약 180대 전량이 지난해 11월 인도를 마친 데 이어 이번 28대가 더해지면서, 폴란드에 배치된 K2는 누적 208대가 됐다.
반년 앞당긴 비결은 창원 공장

이번 인도는 당초 양측이 합의한 일정보다 반년 이상 빠른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로템은 이달에도 추가 물량을 선적해 늦어도 올가을 초까지 1개 전차대대 규모인 총 58대를 폴란드 현지에 조기 인도할 계획이다.

배경에는 창원 공장의 라인 최적화와 공급망 관리가 있다. 현대로템은 철도차량 생산 라인을 방산용으로 전환해 K2 양산 체제를 구축했고, 협력업체와의 공조로 부품 조달 안정성을 높였다. 이런 속도는 처음이 아니다. 2022년 8월 1차 계약 체결 후 불과 4개월 만에 초도물량 10대를 인도한 전례가 있다. 유럽 각국이 무기 도입을 서두르는 상황에서 ‘주문하면 바로 온다’는 신뢰는 성능 못지않은 경쟁력으로 꼽힌다.
진짜 시험대는 K2PL

2차 계약 180대는 한국군 규격을 유지한 K2GF 116대와 폴란드 맞춤형 K2PL 64대로 구성된다. K2GF 116대는 내년 중반까지 순차 인도하고, 능동방호체계와 드론 재머가 새로 적용되는 K2PL 64대는 2028년부터 2030년까지 공급된다. 지원 차량 81대는 2029~2031년 전력화된다.
다만 다음 단계는 결이 다르다. 코시니악-카미시 장관이 밝혔듯 이후 물량은 폴란드산 부품이 들어간 K2PL로, 현지화가 핵심 조건이다. 한국 공장에서 찍어내 보내는 속도전이 아니라 현지 생산과 기술 이전을 병행하는 무대에서도 같은 납기 신뢰를 지킬 수 있느냐가 K방산의 다음 과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