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이슈"원래는 겨울마다 바닥이 보였는데".. 한강이 한겨울에도 마르지 않는 진짜 이유

“원래는 겨울마다 바닥이 보였는데”.. 한강이 한겨울에도 마르지 않는 진짜 이유

한강은 한겨울에도 마르지 않고 유람선이 다닌다. 당연해 보이는 이 풍경은 사실 강의 원래 성질이 아니다. 강바닥의 수중보 두 개가 40년째 물을 붙들고 있고, 사람이 매년 바닥을 파내고 수문을 여닫은 결과다. 앞서 밤섬을 폭파해 여의도를 만든 서울이 이번엔 강 자체를 붙들어 둔 이야기다.

원래는 종잡을 수 없는 강이었다

한강은 본래 겨울이면 물이 줄어 모래톱이 드러나고 장마철이면 넘쳐 주변을 위협했다. 1925년 을축년 대홍수 때는 물길 자체가 바뀌어 잠실이 섬이 되고 송파강이 본류가 되는 등 강의 지도가 새로 그려졌다.

1960년대 후반부터 서울은 강 옆 땅을 먼저 손댔다. 밤섬을 폭파해 여의도 둑을 쌓았고, 1971년에는 잠실섬을 매립해 신천강을 본류로 삼았다. 1970년대에는 아파트 건설용 모래를 얻으려 강바닥을 파내 물길은 더 종잡을 수 없게 됐고 하수까지 흘러들어 물은 썩어갔다.

막는 대신 ‘바닥선’을 정해주다

1982년 서울올림픽 확정을 계기로 한강종합개발이 시작됐다. 암사동부터 행주대교까지 36㎞의 바닥을 고르고 물길을 하나로 고정하는 게 목표였다.

문제는 바닥을 파자 물이 더 잘 빠지고, 서해와 이어진 하구에서 밀물 때 짠물이 거슬러 올라온다는 점이었다. 취수장과 식수원에 위협이 됐다. 서울이 택한 답은 댐이 아니라 낮은 턱이었다. 1986년 잠실대교 아래 잠실수중보, 1988년 김포대교 아래 신곡수중보를 놓아 물이 그 아래로는 내려가지 못하게 바닥선을 정해준 것이다.

수중보는 물이 넘어가는 고정보와 수문을 단 가동보로 이뤄져 큰비가 오면 수문을 열어 흘려보낸다. 잠실보는 상수원 보호와 취수 수위 유지, 신곡보는 짠물 차단과 농업용수 확보를 맡았고, 덕분에 서울 구간 수심이 유람선이 다닐 수준으로 유지됐다. 겨울에도 물이 가득한 한강은 이때 만들어졌다.

40년째 손을 못 놓는 강

대가도 있었다. 물을 가두자 수질 악화와 생태 단절, 퇴적이 따라왔다. 어도 경사가 급해 물고기가 오르지 못하자 2006년 계단식 어도를 추가했고, 환경단체들은 30년 넘게 수중보 철거를 요구해 왔다. 서울시가 2019년 신곡보 개방 실증용역을 벌였지만 농업용수와 군사시설, 기존 시설물 문제로 철거도 상시 개방도 쉽지 않다는 결론이 나왔다.

관리가 끝난 것도 아니다. 지난해 9월 정식 운항을 시작한 한강버스는 11월 잠실 인근 저수심 구간에서 바닥에 걸려 멈춰 섰고 상류 구간 운항이 중단됐다. 올해 3월에는 갈수기 낮은 수심 탓에 민간 유람선이 바닥에 걸리기도 했다.

결국 한강이 겨울에도 마르지 않는 이유는 강이 얌전해져서가 아니라, 사람이 40년 전 정해둔 바닥선을 지키려고 지금도 준설하고 수문을 여닫기 때문이다. ‘인공 호수’가 과장이라면 적어도 ‘호수처럼 관리되는 강’인 것은 분명하다. 그 관리를 언제까지, 어떤 대가를 치르며 이어갈지는 여전히 결론 나지 않은 논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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