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가 1.6나노미터(㎚·1나노는 10억분의 1m)급 차세대 공정 ‘A16’ 개발과 검증을 마쳤다는 대만 언론 보도가 나왔다. 핵심은 반도체에 전기를 공급하는 길을 칩 ‘뒷면’으로 옮긴 기술로, 추격에 사활을 건 삼성 파운드리에는 또 하나의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기가 뒷문으로 들어간다

자유시보 등 대만 언론에 따르면 TSMC는 웨이퍼 후면전력공급(BSPDN) 기술인 ‘슈퍼파워레일(SPR)’을 적용한 A16 공정 개발을 성공적으로 끝내고 검증까지 완료했으며, 올해 4분기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기존 반도체는 데이터가 오가는 신호 배선과 전기를 넣는 전력 배선이 웨이퍼 앞면의 같은 공간에 몰려 있어, 회로가 미세해질수록 병목과 전력 손실이 커지는 한계가 있었다.

TSMC 사정에 밝은 한 엔지니어는 이를 학교에 비유해 설명했다. 기존에는 정문 하나로 학생(데이터)과 전기·물자가 모두 드나들어 뒤엉켰다면, 새 방식은 학생은 정문으로, 전기는 뒷문으로 따로 보내 학교 전체가 원활하게 돌아가게 만든 셈이라는 것이다.
2나노보다 빠르고 덜 먹는다

이렇게 길을 분리한 결과 A16은 2나노 개량형(N2P) 공정 대비 같은 전압에서 속도가 8~10% 빠르고, 같은 속도에서는 전력 소비가 15~20% 적으며 칩 집적도도 8~10%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는 인공지능(AI)·고성능컴퓨팅(HPC) 반도체에 딱 맞는 조합이다.
후면전력공급 자체는 인텔이 먼저 도입했고 삼성 파운드리도 준비 중인 기술이다. 다만 TSMC가 1.6나노라는 선단 공정에서 개발·검증을 마치고 양산까지 간다면, 다음 단계인 1.4나노급 A14의 2028년 양산 계획에도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엔 뼈아픈 상황

국내 반도체 업계의 한 공정 전문가는 TSMC가 A16으로 후면전력공급을 실제 양산에 적용해 경험을 쌓으면 삼성 파운드리에는 뼈아픈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로드맵을 먼저 발표하는 것보다 고객이 원하는 성능을 높은 수율로 안정적으로 구현하고 다음 공정으로 잇는 능력이 훨씬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TSMC가 앞선 양산 데이터를 확보하면 AI 반도체 고객이 더 쏠리고, 이것이 다시 수율과 설계 생태계를 강화하는 선순환이 돼 선단 파운드리 독주가 공고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이번 개발 완료 소식은 소식통발 보도인 만큼, 실제 양산 수율과 고객 확보 성과가 확인돼야 승부가 갈릴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