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정보원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딸 김주애에 대해 “사실상 후계자 내정 단계”라고 국회에 보고했다. 국정원은 1일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전체회의에서 이같이 밝혔다고 정보위 여야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윤건영·국민의힘 유영하 의원이 브리핑에서 전했다. 3대 세습 체제의 북한이 처음으로 여성 지도자를 세우는 수순에 들어갔다는 판단이라 눈길을 끈다.
노출 늘린 이유는 ‘각인’

윤 의원에 따르면 국정원은 김주애가 최근 북한 매체에 자주 등장하는 배경에 대해 “사실상 후계자 내정 단계로 보고 있다”며 “북한 주민에게 지도자로 각인시키기 위한 목적이 있는 것 아닌가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주애는 올해 들어 사격을 하거나 신형 주력 전차를 직접 조종하는 모습이 북한 매체를 통해 공개됐다. 최근에는 전승절 73주년 기념공연을 김 위원장과 함께 관람했고, 지난 6월에는 새 구축함 ‘강건호’에 나란히 오르기도 했다.

국정원의 이런 판단이 처음은 아니다. 이종석 국정원장은 지난 4월 정보위에서 ‘김주애를 후계자로 보는 게 맞느냐’는 질의에 “후계자로 봐도 될 것 같다”며 “단순한 정황이 아니라 신빙성 있는 첩보를 근거로 한 판단”이라고 답한 바 있다. 5개월 만에 ‘내정 단계’라는 한층 구체적인 표현으로 나아간 셈이다.
미·북 회담 “언제라도 가능”

이날 국정원은 미·북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에 대해서도 “어느 때라도 가능하다고 봐야 한다”고 보고했다. 다만 “미·북 간 구체적인 접촉 사실이 확인된 것은 없고, 대화의 징후가 있다는 정도”라는 단서를 달았다고 윤 의원은 전했다. 복수의 정부 당국자 역시 현재로선 양측의 뚜렷한 접촉 정황은 잡히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안팎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비핵화에 대해서는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고 언급하고 한미 연합연습을 대폭 축소한 만큼, 북한도 대응 방향을 고심하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 등을 통해 ‘대북 적대정책 폐기’를 대화 재개의 전제로 내걸고 있다.
설계도 확보, 그리고 남은 변수

유 의원은 국정원이 “북한 노동당 내부 문건과 미사일 설계도를 확보해 분석하고 있다”고 보고했다고 전했다. 다만 어떤 기종의 설계도인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국정원은 신형 원자로 설계도와 국산 헬기 ‘수리온’ 엔진 촬영본의 국외 유출 시도를 적발·차단했다는 보고도 했다.

‘후계자 내정’이라는 국정원 판단은 첩보에 기반한 분석일 뿐 북한이 공식화한 것은 아니다. 북한 매체는 김주애의 이름조차 공개한 적이 없고, 그동안 호칭도 ‘존경하는 자제분’ 수준에 머물러 왔다. 김 위원장이 40대 초반이라는 점에서 후계 구도가 실제로 굳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변수가 남아 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