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가와사키 중공업이 20년 넘게 잠수함 디젤엔진의 연비 데이터를 조작해 온 사실이 밝혀졌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기술적 오류가 아니라, 국가 방위 시스템의 근간을 뒤흔드는 중대한 방산비리로 평가된다.
2002년경부터 디젤엔진 계측치에 손을 대 방위성 기준에 맞게 조작하고, 측정 편차를 인위적으로 축소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같은 부정행위는 잠수함 엔진뿐만 아니라 상선용 엔진 평가 과정에서도 확인됐다.
가와사키 잠수함 엔진, 사실상 ‘독점’ 공급

일본 해상자위대는 총 25척의 잠수함을 운용 중이며, 디젤엔진의 경우 전량 가와사키 중공업이 공급한다. 오야시오형, 소류형, 타이게이형 등 현역함에 탑재된 엔진이 모두 조작된 수치를 기반으로 승인됐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다.
미쓰비시 중공업제 잠수함에도 동일한 엔진이 들어가는 구조라서, 일본 전체 잠수함 전력의 기술적 신뢰도가 붕괴될 위기에 놓였다. 방위성은 “실제 성능에는 이상 없다”고 해명하고 있으나, 20년간 은폐된 조작 사실만으로 신뢰성은 추락했다.
‘배임+뇌물’까지…끝없는 방산 비리
이번 사건은 단순한 수치 조작에 그치지 않는다. 가와사키는 잠수함 수리 계약 금액 중 약 17억엔을 유용하고, 현장 승무원들에게 뇌물성 물품을 제공한 혐의까지 받고 있다. 이쯤 되면 단순 실수가 아니라, 조직적인 부당 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
과거 2013년 헬기 개발 담합 혐의로 지명정지를 받은 전력까지 있다. 가와사키는 방위성이 주는 계약 금액 기준으로 약 6,383억엔의 실적을 보였고, 이는 미쓰비시 중공업에 이어 두 번째다. 단기간 지명정지로 끝나기에는 피해 규모가 너무 크다.
방위력 강화 구호…현실은 구멍 투성이

일본 정부는 ‘방위력 발본적 강화’를 외치지만, 뿌리 깊은 방산 비리가 그 발목을 잡고 있다. 수조 원짜리 방산 예산이 이런 식으로 낭비된다면, 단순한 행정적 책임을 넘는 전면적인 시스템 점검이 불가피하다.
신뢰 없는 업체가 독점하는 구조 자체가 조속히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부 변호사로 구성된 특별조사위원회는 올해 안으로 진상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지만, 시민 사회는 정부의 실질적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반복된 비리, 일본의 명운을 가를 분수령

이번 가와사키 사태는 일본 방위산업계 전반의 도덕성과 투명성에 커다란 의문을 제기하게 만들었다. 단순히 한 기업의 일탈로 보기에는 정부 감시 기능의 실패가 너무 오래 지속됐다.
일본이 내세우는 ‘자주국방’과 ‘전력 정예화’가 결국 이런 부정행위 위에 쌓여 있다면, 국제사회에서의 위상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 지금은 일본 방산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재편할 수 있는 기회이자, 마지막 경고일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