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 고위 당국자가 한국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에 맞서는 행동에 나설 경우 “전쟁 참여”로 간주하겠다고 경고했다. 정부가 미국·영국·프랑스에 군 자산 목록을 공유하며 파병 검토 수위를 높여온 데 이어, 이번에는 이란이 직접 한국을 겨냥한 것이다.
미국 압력에 응하지 말라

레바논의 친헤즈볼라 매체 알마야딘은 지난 4일(현지시간) 이란 안보·정치 부문의 한 고위 관리 인터뷰를 보도했다. 이 관리는 “한국은 미국의 불법적인 군사작전에 협력하도록 강요하는 미국의 압력에 응해서는 안 된다”며 “자국의 이익과 평판을 희생하지 말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한국이 이란에 맞서는 행동을 한다면 이란에 대한 직접적인 군사적 침략 및 전쟁에 대한 참여로 간주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란 파르스통신과 메흐르통신 등도 알마야딘을 인용해 이 발언을 잇달아 전했다. 발언자의 이름과 직책은 공개되지 않았다.
청와대 “한반도 태세 안 흔드는 범위서 운신”

경고가 나온 같은 날,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호르무즈 파병 검토 가능성에 대해 “한반도 대비 태세에 큰 손상이 있지 않은 범위 내에서는 운신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실질적 기여를 하려면 한반도 대비 태세를 고려해야 하며, 그 대비 태세에 관해 여러 검토를 하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실질적 기여에 “군사적 기여가 포함되고 전투·비전투 참여가 모두 포함된다”면서도 “파병하면 전투로 직결시키거나 대규모 병력으로 보는 인식이 있는데 그렇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파르스통신은 한국 대통령실이 결정된 바 없다면서도 ‘수색·구조 부대’ 배치 가능성을 언급했다고 부연했다. 이란이 경고의 근거로 삼은 것도 바로 이 대목이다.
트럼프 압박과 이란 경고 사이

정부는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지원 거부를 공개 비판한 뒤 기여 방안 검토를 공식화했다. 청와대는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고, 파병이 추진되더라도 국회 동의 등 절차가 남아 있다.
이란은 한국의 원유 수입국이자 대사관을 유지하고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미국의 요구와 이란의 경고가 정면으로 맞선 상황에서 정부가 ‘비전투·저강도’ 기여로 절충점을 찾을지, 이란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다음 관전 포인트다. 다만 이란 측 경고는 익명 관리의 매체 인터뷰라는 점에서 공식 성명과는 무게가 다르다는 시각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