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계대출 총량 관리가 강화되면서 은행 문턱을 넘는 것 자체가 경쟁이 됐다. 새벽부터 일어나 대출 신청 버튼을 누르는 ‘오픈런’이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되고 있다.
6시에 열면 10분 만에 마감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는 오전 6시 주택담보대출 접수를 시작하면 10분도 안 돼 일일 한도가 소진돼 마감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시중은행이 잇따라 대출 문턱을 높이자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인터넷은행으로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접수 10분 전 미리 정보를 입력해두거나 초 단위 시계를 보며 정각에 버튼을 눌러야 한다는 구체적인 ‘오픈런 성공법’까지 공유되는 분위기다. 실제 매일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 인터넷 속도까지 점검한 끝에 대출을 받아냈다는 사례도 전해진다.
은행들이 일제히 걸어잠근 문

배경에는 시중은행의 대대적인 대출 조이기가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주택 구입 목적 주담대 한도를 최대 6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췄고, 하나은행은 지난 7일부터 비대면 주담대 신규 취급을 한시 중단했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29일부터 대출 모집인 접수를 멈췄고 우리은행은 영업점별 월간 한도를 30억원에서 10억원으로 줄였다.
특히 잔금일을 앞둔 신축 입주 예정자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다음 달 입주하는 서울 서초구 한 대단지는 은행 3곳이 각 1000억원씩 잔금대출 한도를 배정했지만, 접수가 문자 예약 순서로 진행되다 보니 금리를 따질 새도 없이 한도부터 확보하려는 선착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런 경쟁이 당장 필요 없는 대출까지 미리 받아두는 ‘대출 포모(FOMO)’로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하반기로 갈수록 문턱이 높아질 것이란 불안감에 신용대출 한도를 미리 채워 통장에 넣어두는 이들도 늘고 있다.
총량제, 약일까 독일까

5대 은행의 정책성 대출 제외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6일 기준 650조3766억원으로, 올해 증가 목표치를 이미 1조원 넘게 초과했다. 금융당국은 입주 예정자 잔금대출 등을 총량 관리 예외로 인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은행이 여력을 잔금대출에 우선 배분하면 일반 주담대 공급은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총량 규제 자체의 한계를 짚는 목소리도 있다. 지난 2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는 총량제가 기준금리 인하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담겼다. 일본의 1990년 부동산 대출 총량규제가 거품 붕괴의 한 요인이 됐다는 전례를 들어, 차주의 실제 상환 능력 중심으로 관리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