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라리 탈출하다 죽겠다는 절박함이 현실이 되고 있다. 미국 언론은 지난 12월 23일, 징집을 피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은 우크라이나 남성들의 실상을 고발했다. 이들은 고향에서의 삶이 지옥 같았다며 거대한 카르파티아 산맥을 넘는 위험을 감수했다.
34세 택시 운전사 빅토르 핀하소프는 5일간 홀로 산을 넘었다. 루마니아에 도착한 그는 기자에게 “자유롭게 살고 싶다”고 고백했다. 같은 선택을 하는 사람은 매주 수십 명에 이른다.
인력난에 몰린 우크라이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4년째, 우크라이나는 960km가 넘는 전선을 유지하며 병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러시아의 인구는 우크라이나의 세 배로, 사상자에도 불구하고 병력 보충이 비교적 원활한 상황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에서는 병역 기피와 탈영이 만연하다. 우크라이나 검사총장실은 29만 건의 군 관련 범죄 사건을 조사 중이라고 발표했다.
누구도 안전하지 않은 탈출

카르파티아 산맥과 티서 강을 건너는 이들은 목숨을 건다. 통계에 따르면 적어도 29명이 목숨을 잃었고, 동상을 입거나 익사하는 사례가 속출한다.
‘디마’라는 가명의 42세 남성은 영하의 기온 속에서 닷새간의 행군 끝에 발가락을 모두 절단해야 했다. 동료는 눈 속에서 얼어 죽었다. 그는 “살아서 돌아온 것만으로 기적”이라고 말했다.
구조자들의 고군분투

구조 활동은 전직 럭비 선수 ‘단 벵가’가 이끌고 있다. 그는 지난 4년간 377명을 구조했지만, 자신도 생명을 위협당했다.
2022년 크리스마스 이브, 눈보라에 갇힌 그는 실종 처리됐지만, 포기하지 않고 이송을 감행했다. 구조된 이들은 벵가의 용기에 눈물을 흘리며 감사함을 전했다.
브로커와 부패의 그림자

국경 탈출의 뒷면에는 거대한 밀입국 산업이 자리 잡고 있다. 틱톡에서 영업하는 브로커 ‘아르티옴’은 1만4천 달러를 받고 루트를 안내한다. 그는 “살고 싶어 하는 이들을 돕는다”고 주장하지만, 실상은 목숨 건 도박이다. 암호화폐로 대금이 지급되고, 국경 경비대의 매수가 작용한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부패에 대해 무관용을 원칙으로 하지만, 실상 이면의 거래는 여전하다. 일부 탈출자들은 군에 재징집되며 탈출을 시도하다 체포되기도 한다.
끝나지 않는 전쟁, 그리고 도피 행렬
국가를 지키는 최전선에서 삶을 포기하기보다 산을 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전선 복무를 회피하는 것은 수치로 간주되지만, 생존과 자유를 위한 선택 앞에서 이들의 절박함은 그 어떤 이념보다 강력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