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00세대 규모 아파트에서 경리 직원이 친인척 등과 짜고 관리비 440억원을 빼돌렸다는 고소장이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최근 아파트 비리를 다룬 드라마가 화제가 된 직후라 “드라마가 현실이 됐다”는 반응까지 나온다.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광주 광산구 한 아파트 경리 직원 A씨(48)와 A씨의 친인척, 전 관리사무소장 등 8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수사해달라는 입주자대표회의 측 고소장을 접수해 수사 중이라고 20일 밝혔다.
7억인 줄 알았는데 440억

A씨는 앞서 지난 3월 장기수선충당금 등 7억여원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당시 A씨는 돌연 출근을 멈추고 관리비 통장에 남아 있던 현금 약 3000만원까지 인출해 도주했다가 경기도 부천에서 붙잡혔다.
그런데 입주자대표회의가 민사소송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친인척과 전 소장 등이 연루된 정황을 포착하면서 사건의 규모가 달라졌다. 고소장에는 2008년부터 누적된 피해액이 약 440억원에 달한다는 주장이 담겼다.
전기요금으로 둔갑한 공금

입주자대표회의 측이 주장하는 수법은 이렇다. A씨가 인터넷뱅킹으로 공금을 이체하면서 입금받는 사람 이름을 거래처처럼 위장하고, 전표에는 전기요금·상수도요금·승강기 유지관리비 등의 명목을 허위로 기재해 주민들의 눈을 속였다는 것이다.
이렇게 빠져나간 돈 일부는 A씨의 전 남편과 친인척, 지인 계좌로 흘러간 것으로 입주자대표회의는 보고 있다. A씨는 25년간 이 아파트에서 홀로 경리 업무를 맡아왔고, 회계 감사에 내는 잔액 증명서와 서류를 위조해 감시를 피한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아직은 ‘주장’인 440억

다만 440억원은 고소장상 주장 금액으로, 실제 피해 규모는 수사로 가려져야 한다. 계좌를 오간 금액을 모두 합산한 수치일 가능성 등도 배제할 수 없어서다. 관리사무소 측은 A씨가 출납 업무를 혼자 도맡아 범행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고소장 내용을 토대로 실제 피해액과 범행 경위, 공모 여부 등을 확인하고 있다. 한 사람에게 20년 넘게 출납을 맡기고도 걸러내지 못한 아파트 회계 감시 체계 전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