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공작원의 지령을 받고 탈북민과 현역 장교의 신원 정보를 수집한 가상자산 투자회사 운영자가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그가 공작원에게서 받은 돈은 6억원이 넘는 가상화폐였다.
코인 커뮤니티에서 시작된 관계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는 국가보안법상 간첩 등 혐의로 기소된 A씨(43)에게 최근 징역 5년과 자격정지 5년을 선고했다. 가상자산 투자회사를 운영하던 A씨는 2016년 가상화폐 거래 커뮤니티에서 북한 정찰총국 소속 공작원을 알게 된 뒤 텔레그램으로 연락을 이어온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2021년 초 공작원에게서 투자 운영자금 명목으로 약 60만달러, 당시 환율로 6억6000만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받았다. 그리고 같은 해 5~6월 반북 성향 탈북민에게 접근해 인적사항과 활동 내용을 파악하라는 지령을 받았다.
100만원 후원, 250만원 흥신소

수법은 후원을 가장한 접근이었다. A씨는 한 탈북민 단체 대표에게 후원하고 싶다며 가상화폐 지갑을 만들게 했고, 지갑 주소를 공작원에게 넘겼다. 공작원이 후원금 명목으로 100만원 상당 비트코인을 보내자 A씨는 이를 빌미로 대북전단 살포 행사 사진과 영상, 연락처와 주소 등 신상정보를 확보했다. 북한 보위부 출신 탈북민 유튜버에게는 “북한 인권 문제에 관심이 많다”며 이메일을 보내 휴대전화 번호를 알아냈다.
같은 해 7월에는 현역 장교 7명의 이름과 소속 부대, 주민등록번호가 담긴 신원정보와 함께 “추가 정보를 확인해 포섭하라”는 지령을 받았다. A씨는 이 중 한 대위의 SNS에서 사진을 확보한 뒤 흥신소에 250만원 상당 비트코인을 주고 실거주지와 근무부대, 일정을 파악하게 했다. 다른 장교에게는 군 조직도를 주면 돈을 주겠다고 제안했다가 거절당했다.
“북한인 줄 몰랐다”는 변명, 법원 판단은

A씨는 공작원을 중국 거주 조선족 프로그래머로 소개받아 북한 구성원인 줄 몰랐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반북 활동을 하는 탈북민의 사진이나 연락처, 활동 상황은 북한에 알려질 경우 해당 탈북민에 대한 추적이나 위해, 재북 가족에 대한 보복 등에 이용될 수 있으므로 기밀로 보호할 실질 가치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국가의 존립과 안전을 직접 위협하는 중대한 범죄”라며 “오로지 개인적, 금전적 이익을 위해 그 안전을 위협하는 활동에 스스로 가담했다”고 질타했다. 범행을 부인하며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해 반성을 찾기 어렵다는 점도 양형에 반영됐다.
A씨는 같은 공작원의 지령으로 현역 장교에게 접근해 군사기밀을 유출한 혐의로 별도 기소돼 지난해 12월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이 확정된 상태다. 간첩 활동의 대가가 코인으로 오가고 흥신소까지 동원되는 등 수법이 달라진 만큼 방첩 대응도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