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탄도미사일 공격 앞에 사실상 무방비 상태에 놓였다. 탄도미사일을 막을 유일한 수단인 패트리엇 요격미사일이 바닥났기 때문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미사일 24발, 요격 0발

FT에 따르면 러시아는 이달 5일 수도 키이우를 탄도미사일 24발, 대함미사일 4발, 드론 115대로 공격했다. 우크라이나군은 드론 98대를 격추했지만 미사일은 단 한 발도 요격하지 못했다. 8일에도 탄도미사일 6발이 키이우 표적에 그대로 꽂혀 3명이 숨졌다. 최근 몇 주간 미국이 보내준 소량의 요격미사일마저 이미 소진된 상태였던 것이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우크라이나 공군은 러시아 미사일 발사 수를 매일 공개하던 관행도 중단했다. 안보상 이유와 함께, 국민 사기를 지키려는 조치라는 게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창고에 있으면 뭐 하나” 젤렌스키의 호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공습 후 SNS에 “우리 국민에게는 분명 더 많은 보호가 필요하다”며 “요격미사일과 F-16까지, 이 모든 것이 인명 보호에 도움이 되는 것은 우크라이나에 있을 때이지, 공격에서 수천 ㎞ 떨어진 창고에 놓여 있을 때가 아니다”라고 썼다.

공급이 막힌 배경에는 전 세계적인 요격탄 품귀가 있다. 이란과의 전쟁으로 미국과 걸프 동맹국들의 재고가 대거 소모됐고, 보충에는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FT는 관계자들을 인용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말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났을 때 향후 수개월 치 추가 패트리엇 제공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다만 회동에 동석한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부실장은 “거절은 없었다”며 미국의 추가 지원을 계속 기대한다고 밝혔다.
겨울 앞두고 필요한 건 300발

러시아는 탄도미사일 생산과 사용을 늘리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은 러시아가 7월에 사상 최대인 198발의 탄도·극초음속미사일을 쐈고, 월 60발 이상을 생산 중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가 겨울에 전력·가스 기반시설을 노린 대공세를 벌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를 견디려면 PAC-3 요격미사일이 최소 300발 필요하다는 게 우크라이나 측 추산이다.
우크라이나는 재고를 보유한 스페인·그리스 등에도 공유를 요청하고 있고, 폴란드는 며칠 내 지원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요격탄 몇 발이 도시 하나의 운명을 가르는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