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연일 ‘북한군의 러시아 추가 파병’을 근거로 한국의 무기 지원을 거듭 호소하고 나섰다. 앞서 북한군 추가 파병 경고와 함께 한국에 손을 내민 데 이어 압박 수위를 한층 끌어올린 것인데, 정부는 군사적 지원 불가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북한군 5만 명 더 온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대국민 연설에서 “러시아가 북한 병력을 자국에 추가 배치할 준비를 하고 있다”며 “북한으로부터 탄도미사일도 추가로 공급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북한 미사일·병력이 더 투입될수록 일본과 한국, 필리핀 등 역내 다른 국가들이 직면할 위험도 그만큼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날에는 한국을 콕 찍었다. 그는 현지 방송 인터뷰에서 최대 5만 명의 북한군이 추가 배치될 것이란 주장을 되풀이하며 “한국으로부터 방공 시스템을 지원받고 싶다”고 밝혔다. 방공 체계를 받는 대신 전쟁으로 급성장한 드론 기술 등을 내줄 수 있다는 ‘드론 딜’ 구상도 내비쳤다.
정부가 선을 긋는 진짜 이유

젤렌스키 대통령의 요청이 이어지자 외교부는 “방산 물자 제공은 관련 국내법과 정책을 준수하는 가운데 이뤄져 왔다”며 분쟁 지역 살상 무기 수출을 제한하는 방위사업법 등을 근거로 거부 입장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법보다 무거운 건 ‘자충수’ 우려다. 외교 소식통은 11일 “우크라이나 전쟁 국면에서 한국과 러시아 간 ‘암묵적 레드라인’이 깨지면 득보다 실이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은 파병 대가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전략핵잠수함 관련 고급 기술 이전을 러시아에 요구하는 것으로 관측되는데, 아직 본격화하지 않은 이 기술 이전이 한국의 무기 지원을 계기로 현실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우크라이나에 천궁 계열 방공 시스템을 지원하는 순간 러시아도 북한에 군사 기술을 이전하며 한국을 압박해올 공산이 크다”고 짚었다.
‘5만 명’ 숫자도 검증 대상

정부 안에서는 북한군 3만~5만 명 추가 파병설 자체를 확인해봐야 한다는 기류도 있다. 대규모 파병의 사전 정황이 뚜렷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우크라이나 측이 지난달 ‘3만 명’이라 했다가 최근 ‘5만 명’으로 규모를 갑자기 늘린 것을 두고, 주변국 지원의 긴급성을 극대화하려는 제스처라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군의 실전 경험 축적이 한반도 안보에 부담인 것은 분명하지만, 지원 여부는 그 대가까지 함께 저울에 올려야 하는 문제인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