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 공항에서 발견된 드론 한 대가 독일과 러시아를 외교 단절 직전까지 몰아가고 있다. 독일이 사건 배후로 러시아를 공식 지목하고 영사관 폐쇄 카드까지 꺼내자,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6일(현지시간) “그는 사실상 우리에게 전쟁을 선포하고 있는 것”이라며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를 정면으로 겨눴다.
우크라 수송기 옆에서 나온 폭탄 드론

사건은 지난달 4일 독일 동부 라이프치히-할레 공항에서 시작됐다. 보안구역에 주기된 우크라이나 안토노프항공 소속 An-124 수송기 4대 인근에서 폭발물을 실은 드론이 발견된 것이다. 이 공항은 우크라이나로 향하는 군수 지원을 포함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물류 거점 역할을 해온 곳이다.

독일 정부는 자체 조사와 정보기관 분석을 거쳐 지난 1일 러시아를 배후로 지목했다. 요한 바데풀 독일 외무장관은 드론의 설계와 부품, 폭발물, 기폭 체계가 러시아의 다른 하이브리드 작전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이미 확인된 것들이라고 밝혔다. 독일은 이어 본 주재 러시아 총영사관과 베를린의 러시아 문화원 ‘러시아하우스’ 폐쇄를 명령했다.
“2차대전 직전과 똑같다”는 러시아

러시아는 제대로 된 조사도 없이 배후로 몰았다며 발끈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러시아 매체 인터뷰에서 “그들은 드론을 발견했다. 러시아 드론이라고 말했지만 아무도 알아보지 않았다”며, 메르츠 총리가 독일을 유럽 최고의 군사 강국으로 만들겠다고 한 말이 실제로 실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2차 세계대전 직전 독일이 외교 공관을 폐쇄했던 기억이 난다는 말까지 보탰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키르기스스탄 기자회견에서 “증거가 어디 있느냐. 증거는 조작돼 심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독일 정부의 조치가 반러 성향 유권자를 겨냥한 국내 정치용이라며 연루 의혹을 부인했고, 자국 내 독일 문화원 괴테인스티투트 지부를 폐쇄하겠다고 맞받았다.
5년째 이어진 사보타주 의혹

유럽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독일에서는 철도 통신 케이블 훼손으로 북부 장거리 열차가 수 시간 멈췄고, 2024년에는 라이프치히 공항의 DHL 소포 화재에 이어 영국·폴란드 물류시설에서 비슷한 소포 화재가 잇따랐다.
유럽 경찰기관들은 지난 3월 이 사건들과 관련해 용의자 22명을 확인했다며 러시아 군사정보기관을 배후로 의심한다고 발표했다. 독일 방산업체 라인메탈 CEO 암살 시도 의혹이 제기됐다는 보도도 있었다. 러시아는 이를 모두 부인해 왔다.
다만 “전쟁 선포”는 어디까지나 러시아 측 표현이다. 독일은 군사 대응이 아니라 외교시설 폐쇄와 러시아 국적자 국경 통제 강화, 공항·기차역 대드론 부대 배치 같은 방어 조치에 무게를 두고 있다. 드론 한 대가 촉발한 갈등이 어디까지 번질지는 러시아가 예고한 “상응하는 결론”이 무엇이냐에 달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