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0조 원짜리 캐나다 잠수함 사업을 거머쥔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스(TKMS)의 표정이 마냥 밝지만은 않다. 우선협상대상자 발표의 축포가 가라앉자, 캐나다 현지 언론과 안보 학계에서부터 이 계약에 깔린 위험들을 짚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서다. 크게 세 가지다.
시한폭탄 1, 밀려든 주문 24척, 병목에 걸린 납기

TKMS의 212CD급 잠수함은 이미 독일과 노르웨이가 각각 6척씩 발주한 상태다. 여기에 캐나다 최대 12척이 더해지면 총 24척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첫 도입국인 노르웨이의 2029년, 독일 해군의 2031년 인도 일정이 킬과 비스마르 조선소 도크를 이미 선점하고 있다.
캐나다는 2034년까지 첫 4척을 받는 조건을 걸었고, 독일·노르웨이는 자국 해군이 받을 잠수함을 각 1척씩 캐나다에 먼저 넘기는 파격 양보까지 약속했다. 뒤집어 보면 기존 생산 능력으로는 일정을 못 맞춘다는 뜻이라, 업계에서는 전례 없는 생산 병목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르웨이 인도 일정이 당초 2026년에서 2029년으로 이미 밀린 전력도 불안을 키우는 대목이다.
시한폭탄 2, 아직 바다에 못 나가 본 초도함

더 근본적인 문제는 212CD가 아직 단 한 척도 완성되지 않은 ‘도면 위의 잠수함’이라는 점이다. 초도함은 건조 중이며 해상 시험도 거치지 않았다. 태평양을 건너와 실물을 보여준 한국의 도산안창호급과 대비되는 지점이다.
초도함에서 결함이 발견되면 설계 변경과 시험 평가 지연이 후속함 전체의 발목을 잡는 게 잠수함 사업의 생리다. 2029년 초도함을 띄우고 5년 안에 검증을 끝내 캐나다에 넘기는 일정은 빠듯하다는 지적이 캐나다 안에서도 제기된다.
시한폭탄 3, 광고 문구와 계약서는 다르다

세 번째는 기술 주권이다. 캐나다 싱크탱크들은 캐나다가 잠수함을 직접 고치고 개량할 권한, 특히 전투체계 소프트웨어 수정 권한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짚는다.
TKMS는 완전한 기술 이전을 내세웠지만 소스코드와 설계 변경 권한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못 박은 적은 없다는 것이다. 독일·노르웨이와의 공동 운용 체계 역시 효율적인 만큼 캐나다의 독자성을 묶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예비 번호표 쥔 한화.. 2년의 변수

흥미로운 것은 캐나다가 한화오션을 ‘예비 공급자’로 공식 지정해 뒀다는 점이다. 협상이 틀어지면 언제든 한국 카드로 갈아탈 수 있는 구조로, 본계약까지 남은 약 2년간 독일은 한국의 제안서와 계속 비교당하며 협상해야 한다.
한국 입장에서는 씁쓸한 지렛대 역할이지만, 세계 최강 잠수함 수출국을 끝까지 긴장시키는 위치에 올랐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세 개의 시한폭탄 중 하나라도 터진다면, 핼리팩스에서 울린 독일의 축포는 성급했던 것으로 기록될지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