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세포라와 코스트코 매대에서 한국산 마스크팩이 동나고 있다. 종이 시트가 아니라 에센스를 젤로 굳혀 얼굴 모양으로 만든 ‘하이드로겔’ 마스크팩이다. 잘 팔리는 것까지는 좋은데, 문제는 만들 수 있는 곳이 몇 군데 없다는 점이다.
수출 26% 뛴 마스크팩

25일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7월 마스크팩 수출액은 4억1435만8000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8% 늘었다. 7월 한 달만 봐도 6096만4000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4.1% 증가했다.
성장을 이끄는 제품이 하이드로겔이다. 부직포에 에센스를 적신 일반 시트팩과 달리 유효 성분을 섞은 겔 자체를 굳혀 만들기 때문에 밀착감과 쿨링감이 좋고 오래 붙일 수 있다. 값도 더 비싸다. 한국IR협의회에 따르면 북미 주요 유통 채널에서 1장에 약 5달러(약 6900원), 4장 묶음은 19달러 안팎에 팔린다.

미국 모델 헤일리 비버가 겔 마스크를 붙인 영상이 SNS에서 화제가 된 뒤 바이오던스와 메디큐브, 아누아, 메디힐 등 국내 브랜드가 잇따라 제품을 늘렸고, 판매처는 세포라·타겟·코스트코·월그린 같은 오프라인 매장으로 넓어졌다.
라인 하나에 5억, 사람 30명

수요는 넘치는데 공급이 못 따라간다. 한 증권사는 최근 보고서에서 글로벌 하이드로겔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유는 공정에 있다. 시트팩은 시트에 에센스를 채우고 밀봉하는 과정을 상당 부분 자동화할 수 있지만, 하이드로겔은 원료 배합부터 고온 코팅, 냉각, 성형·타공, 실링까지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브랜드마다 크기와 모양, 접는 방식이 달라 전 공정 자동화에도 한계가 있다. 얼굴 모양으로 잘라내면서 원재료 손실이 생기고, 작업자 숙련도에 따라 불량률이 달라져 수율 관리가 까다롭다.
생산라인 하나를 짓는 데 최대 5억원가량이 들고 라인당 20~30명이 붙으며, 설비 길이는 약 30m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래서 국내 생산 업체는 제닉·코스맥스·엔코스·아이큐어·진코스텍 등으로 제한적이고, 최근 코스메카코리아가 라인을 갖추고 뛰어들었다.
없어서 못 파니 공장부터 늘린다

주문이 몰리자 경험 있는 제조사들은 증설에 나섰다. 제닉은 올해 1분기 8개였던 라인을 2분기 11개로 늘리고 지난달 12호기를 추가했으며, 다음 달까지 3개를 더 깔아 10월부터 돌릴 예정이다. 코스메카코리아도 청주공장에 4개 라인을 구축했고, 코스맥스는 초기 수율 문제를 개선하며 하이드로겔 아이패치로 거래처를 넓히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K뷰티 인디 브랜드가 커지고 생산처를 나누면서 중소형 제조사까지 수혜가 번지는 ‘낙수효과’가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늘어난 주문을 안정적인 수율로 소화하지 못하면 증설이 곧 실적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 수요보다 수율이 이 시장의 진짜 승부처인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