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에 배치되는 북한군 규모가 최대 5만 명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하며 한국에 방공체계 지원을 공개 요청했다. 병력 규모의 진위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그의 경고가 단순히 남의 나라 전쟁 얘기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수백 명에서 5만 명으로

젤렌스키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엑스(X) 등을 통해 “처음에는 수백, 수천 명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3만~5만 명에 달하는 북한인이 러시아 영토에 배치되도록 결정이 내려졌다”고 밝혔다. 지난달 제기한 ‘3만 명 추가 파병설’에서 최대치를 2만 명 더 늘린 것이다.
그가 특히 힘줘 말한 대목은 병력 숫자가 아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들은 이번 전쟁을 학습하고 있다”며 “북한이 현대전 경험을 축적하고, 러시아로부터 라이선스를 획득하며, 온갖 군사 장비를 계속 공급받을 것이 명백하다”고 말했다. 북한군이 드론전과 전자전 등 현대 전술을 실전에서 익힐수록 그 칼끝이 결국 한반도를 향할 수 있다는 경고다.
한국에 손 내민 이유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가 부족한 분야, 방공 체계에서 한국의 지원을 간절히 바란다”며 드론 협력 등 다른 분야로도 협력을 넓힐 준비가 됐다고 했다. 미국이 중동에 발이 묶이며 패트리엇 재고가 줄자, 방공망 공백에 시달리는 우크라이나가 한국을 콕 집어 도움을 청한 셈이다.
다만 그의 5만 명 주장은 정보 출처가 공개되지 않았고, 서방과 한국의 지원을 끌어내기 위해 위협을 부각하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앞서 북한이 쿠르스크에 파병한 병력은 약 1만 4000명으로 추정돼 왔다.
정부는 “국내법 준수” 신중 기조

우리 정부는 살상무기를 직접 제공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방산물자 제공은 관련 국내법과 정책을 준수하는 가운데 이뤄져 왔다”며 인도적 지원과 재건 협력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북한군 추가 배치 주장에 대해서는 “정보 사항은 확인해줄 수 없다”면서도, 북러 군사협력은 “우리 안보에 직결되는 문제이자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며 즉시 중단을 촉구했다. 우크라이나의 거듭된 요청과 정부의 신중론 사이에서 한국 외교의 셈법도 한층 복잡해지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