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7월의 코스피는 한국 증시 역사책에 새 페이지를 쓰고 있다. 최악의 페이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8일 코스피는 10.84% 폭락한 6023.66에 마감했다. 장중에는 6000선이 무너졌고, 올해 8번째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돼 20분간 모든 거래가 멈췄다. 코스닥도 7.72% 급락하며 1년 3개월 만에 장중 700선을 내줬다.

이로써 코스피의 7월 수익률은 -28.9%. 2008년 10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의 월간 사상 최대 낙폭(-23.1%)을 넘어섰고, 2000년 11월 IT 버블 붕괴기 나스닥(-22.9%)마저 제쳤다. 역사상 최악의 폭락장으로 꼽히는 1987년 10월 블랙먼데이 당시 미 증시(-27.2%)보다도 가파르다.
세계 1위에서 대만 2위로.. 한 달의 대가

전리품도 뺏겼다. 연초 이후 수익률 세계 1위를 달리던 코스피는 이달 폭락으로 상승률이 42.94%로 쪼그라들며 대만 자취안지수(50.65%)에 선두를 내줬다. 지수는 처음 6000선에 진입했던 3개월 전으로 되돌아갔다.
이날 폭락의 방아쇠는 중국이었다. CXMT의 폭등 상장에 이어 중국의 DUV 노광장비 자체 양산 소식이 ‘반도체 패권이 흔들릴 수 있다’는 공포를 자극했고, 엔비디아 회사채의 부도 위험 지표(CDS 프리미엄) 상승과 미국의 깜짝 금리 인상 전망까지 겹치며 외국인이 5조 원 가까이 투매했다. 반면 개인은 4조3000억 원어치를 받아냈다.
비관론자마저 “바닥”이라는데.. 아무도 못 믿는 시장

밸류에이션은 극단으로 밀렸다. 코스피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5.1배로 2000년 이후 최저 수준, 반도체는 4배 아래다. 줄곧 신중론을 펴 온 한 증권사 연구원조차 “최대 공포 구간에 진입해 저점 반등 가능성이 높은 구간”이라며 팔 물량은 대부분 나왔다고 진단했다.
중국발 공포가 과장됐다는 반박도 나온다. JP모건은 시험용 장비 소수 생산과 양산 라인 투입은 전혀 다른 문제라며 ASML도 EUV 기술 확보에서 실제 양산까지 10년 가까이 걸렸다고 짚었고, 국내 증권가에서도 CXMT 증설 물량은 중국 내수용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조정’이 아니라 ‘하락장’.. 남은 관문

그러나 반등 기대는 예전 같지 않다. 예탁금은 정점 대비 30조 원 넘게 빠졌고, 하락장 내내 물량을 받아 온 개인들의 ‘물린 잔고’가 향후 반등 폭을 제한할 수 있다는 우울한 관측도 있다. 단순 조정이 아닌 하락장이라는 냉정한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운명의 관문은 코앞이다. 29일 SK하이닉스, 30일 삼성전자와 미국 빅테크 실적, 그리고 FOMC. 장기공급계약의 구체성이 숫자로 증명되느냐가 역사책의 다음 페이지를 가를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