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중거리 지대공미사일 ‘천궁-Ⅱ’를 우크라이나에 팔도록 한국을 압박해야 한다는 칼럼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호르무즈 해협 지원 문제로 한국을 공개 비판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나온 것이어서, 다음 청구서가 방산으로 넘어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말없이 올린 링크 하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 워싱턴포스트(WP)에 실린 마크 티센의 칼럼 제목과 링크를 올렸다. 별도의 코멘트는 없었다. 티센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연설문 작성자를 지낸 보수 논객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조언을 구하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는 어떻게 우크라이나가 자체 패트리엇 미사일을 만들도록 도울 수 있나’라는 제목의 이 칼럼은 우크라이나에 패트리엇 요격미사일 면허생산을 허용하자는 것이 골자다. 이란 전쟁으로 미국 자체 요격미사일 재고가 빠듯해진 상황에서 부담을 나누자는 취지다.
한국판 패트리엇을 팔게 하라

티센은 면허생산이 시작돼도 당장 미사일이 부족하다며 “트럼프는 ‘한국판 패트리엇’으로 불리는 M-SAMⅡ(천궁-Ⅱ)를 자체 비축분에서 우크라이나에 팔도록 한국을 압박해야 한다”고 썼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한국이 호르무즈 해협 지원을 거부한 데 이미 화가 나 있다”며 천궁 판매가 한미 관계를 개선할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의 국익에도 부합한다는 논리도 폈다. 우크라이나에 투입된 북한 미사일을 상대로 천궁-Ⅱ의 실전 성능을 검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이 교전국에 살상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는 점을 거론하면서도, 이란 미사일 위협에 놓인 아랍에미리트(UAE)에 천궁-Ⅱ를 수출한 사례를 들어 우크라이나 판매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천궁-Ⅱ는 UAE와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에 수출된 국산 방공 체계다.
트럼프의 속내는

트럼프 대통령이 아무 설명 없이 링크만 올린 만큼 이를 천궁-Ⅱ 판매에 대한 공식 요구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우크라이나 현지에서도 패트리엇 면허생산에 대한 ‘우회적 지지’ 정도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다만 최근 한국을 향해 안보 기여를 잇달아 요구해온 흐름을 고려하면 칼럼 공유 자체가 압박성 메시지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가 천궁-Ⅱ의 성능을 인정한 것이냐는 질문에는, 그가 직접 언급한 바 없다는 것이 정확한 답이다.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 직접 지원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유지해 왔고, 천궁-Ⅱ 비축분은 북한 미사일 대응이 우선이라는 점에서 판매 결정은 간단치 않다. 앞서 이란이 한국의 호르무즈 개입을 전쟁 참여로 간주하겠다고 경고한 데 이어 미국 쪽 압박 카드까지 늘어나는 모양새여서, 정부의 선택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