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이슈"고모부도 처형하는데".. 北 2인자, 98세까지 무탈하게 살아남은 방법

“고모부도 처형하는데”.. 北 2인자, 98세까지 무탈하게 살아남은 방법

북한 3대 세습 정권을 모두 거치며 권력 핵심을 지킨 유일한 인물이 사망했다.

향년 97세의 김영남 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을 모두 보좌하며 권력의 2인자 자리를 무려 수십 년간 유지한 정치 생존의 귀재였다. 숙청이 일상인 북한 체제에서 고모부도 총살되는 세상에 김영남은 끝까지 살아남았다.

권력의 향배를 꿰뚫는 감각

김영남이 2인자의 자리를 놓치지 않은 이유는 단순하지 않다. 그는 상황을 앞서 읽고, 권력의 향방을 10년 앞서 예측하는 탁월한 감각을 지녔다.

김정일이 후계자로 부상하기 전부터 김정일의 생모인 김정숙을 띄우는 장면은 이를 상징한다. 부하 간부들이 김성애의 사진을 전시한 관을 꾸미자, 김영남은 아예 사진을 내리라고 지시하고 조선의 어머니는 김정숙이라며 확실한 정치적 줄서기를 했다.

술도 안 마시고 뇌물도 거부했다

김영남은 북한 고위 의전의 상징이었지만, 권력 그 자체를 탐하지 않은 인물로도 통한다. 누구의 인사 청탁도 받지 않았고, 술도 마시지 않았으며, 뇌물도 받지 않았다.

이런 자세는 수많은 간부들이 부패 혐의로 숙청되던 와중에 그를 보호하는 강력한 방패가 됐다. 해외 파견 중 받은 내의조차 그대로 두고 돌아갈 정도로 생활은 철저하고 검소했다.

김정은 앞에서도 굽신, 철저한 예법 실천

김정은 시대에 김영남은 노인임에도 불구하고 90도 폴더 인사를 하며 새로운 권력자인 어린 김정은에게 철저히 예를 갖췄다.

회전그네 탑승 중 사고가 터졌을 때는 재치 있게 분위기를 전환해 북 지도자에게 긍정적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이런 능력 덕분에 김정은도 김영남을 외면하지 않았고, 그는 계속해서 외교전의 최전선에 설 수 있었다.

평창올림픽에서 흘린 ‘계산된 눈물’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김영남은 김여정과 함께 대표단 자격으로 방한, 문재인 대통령 내외 뒤에 앉아 눈물을 흘렸다.

이 눈물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었다. 북한의 대외 이미지를 바꾸고, 로켓맨에서 협상가로의 전환을 알리는 정치적 제스처였다. 이 한 장의 사진이 북한의 전략 변화를 전 세계에 알렸다.

조문 외교는 가능할까?

김영남의 사망이 남북 관계 복원의 계기가 될까? 전문가들은 회의적이다. 현직이 아닌 전직 인물의 죽음에 북한이 외부 인사를 초청할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정치인들의 개별 조의 메시지와 같은 ‘메시지 외교’는 남북 관계의 얼어붙은 분위기를 녹이는 여운을 남길 수 있다.

김영남은 체제 생존 정치의 교과서였다. 그의 사망은 북한 권력 지형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겠지만, 북한 내 고위인사 생존 전략의 종말을 의미한다. 앞으로 자리를 지키는 더러운 생존술 대신, 새로운 세대의 진정한 변화 의지가 나타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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