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국방"김일성·김정일 이름까지 지웠다".. 김정은이 헌법에서 없앤 문구의 정체

“김일성·김정일 이름까지 지웠다”.. 김정은이 헌법에서 없앤 문구의 정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헌법과 당 규약에서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흔적을 지우고 자신의 권한은 전례 없이 키운 것으로 확인됐다.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최근 개정 당 규약 전문을 분석해 공개한 내용이다. 앞서 딸 주애의 후계 문제가 관심을 모은 데 이어, 이번엔 김 위원장이 ‘선대 지우기’로 무엇을 노리는지가 쟁점이다.

서문에서 사라진 문장

북한은 지난 2월 9차 당대회에서 헌법보다 위에 있다는 당 규약을 고치면서 서문의 “위대한 수령들을 영원히 높이 모시고”라는 표현을 지웠다. ‘김일성-김정일주의’를 설명하던 대목도 빠졌고, 선대에 대해서는 이를 당 활동의 근본지침으로 삼는다는 구절만 남았다. 한 달 뒤 최고인민회의에서 채택한 헌법 서문에서도 선대 업적을 길게 나열한 부분이 통째로 사라졌다.

대신 ‘남조선’과 ‘통일’이 전면 삭제되고 두 국가 관념이 들어갔다. 헌법에는 국호와 영토 조항이 신설됐다. 통일을 국시로 삼았던 선대와 가장 뚜렷하게 갈라서는 대목이다.

김일성도 안 가졌던 권한

선대를 지우는 동시에 자신의 권력은 더 촘촘하게 문서에 박았다. 개정 당 규약은 총비서 권한으로 회의 소집권과 간부 임면권, 개별 당원의 입당·출당 결정권, 당 조직 해산권을 처음으로 구체적으로 열거했다. 굳이 적지 않아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세세히 명기한 것 자체가 수령 권력의 수준을 드러낸다는 풀이가 나온다.

헌법상 국무위원장 권한도 최고인민회의의 형식적 견제 기능을 삭제하는 등 과거 김일성 주석의 권한을 넘어서는 수준으로 평가됐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북한 전문가는 이미 행사하던 권한을 규범화한 것이라면서도, 후계자에게 순조롭게 권력을 넘기기 위해 권능을 구체화한 측면이 있다고 봤다.

‘새로운 100년’과 딸 주애

전문가들은 이런 흐름이 결국 ‘자신은 선대를 능가하는 지도자’라는 메시지로 귀결된다고 본다. 집권 초 부인 리설주를 공개하고 이후 딸 주애를 앞세운 것도 선대와의 차별화 전략이라는 해석이다. 생모가 재일동포 출신이라는 ‘곁가지’ 콤플렉스가 깔려 있다는 해석까지 나오지만, 이는 검증하기 어려운 심리 추정이다.

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이 벌이는 지방 건설과 5개년 계획 등을 “50년, 100년의 미래를 내다보는” 사업이라고 반복해 강조한다. 김 위원장 자신도 “주체혁명의 새로운 100년대”를 언급했다. 4대 세습 비판을 의식해 ‘과거 100년과 완전히 다른 새 100년을 여는 지도자’로 자리매김하려 한다는 분석이다. 남은 수순은 지도사상을 ‘김정은주의’로 바꾸는 것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주애의 후계 내정은 국정원도 확정 판단을 유보한 상태다. 당 규약에 남한을 ‘적대 국가’로 명문화하지 않은 점을 두고는 남북관계의 여지를 남긴 것이라는 해석도 있어, 선대 지우기가 곧 대남 강경 일변도를 뜻하는지는 지켜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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