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정보원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딸 김주애를 사실상 후계자로 내정한 단계라고 판단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여야 간사인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은 1일 비공개 전체회의 직후 이 같은 국정원 보고 내용을 전했다. 윤 의원에 따르면 국정원은 김주애가 언론에 자주 노출되는 이유에 대해 “북한 주민에게 지도자로 각인시키기 위한 목적”이라고 분석했다.
사격·전차 조종.. 노출 늘리는 이유

국정원은 올해 들어 김주애를 “후계자로 봐도 될 것 같다”고 국회에 보고한 바 있는데, 이번엔 한 단계 더 나아가 ‘내정 단계’로 못 박았다. 실제 김주애는 올해 사격 장면과 신형 주력전차를 직접 조종하는 모습이 북한 매체를 통해 공개됐고, 지난 6월엔 신형 구축함 강건호에 김 위원장과 함께 올랐다. 2013년생으로 추정되는 10대 소녀를 군 통수권자 옆에 반복해서 세우는 연출이다.
장성택·김정남.. 후계 굳힐 때 벌어진 일

이 대목에서 북한 안팎의 시선이 고모 김여정에게 쏠린다. 김정은 체제가 굳어지던 시기의 전례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2013년 고모부 장성택을 처형했고, 이복형 김정남은 2017년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피살됐다. 후계에 위협이 될 만한 혈족이 차례로 사라진 역사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지난 2월 국정원의 후계 내정 보고 직후, 조카가 공식 후계자가 된다는 것은 김여정 입장에서 자신이 과거 장성택 같은 숙청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짚었다.
미 헤리티지재단 측은 반대로 김 위원장 유고 시 어린 김주애 대신 김여정이 섭정 형태로 통치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본 바 있다. 후계자 옆에 실력자가 서 있는 구도 자체가 불안 요인이라는 시각과, 오히려 그 실력자가 후계를 떠받칠 것이라는 시각이 엇갈리는 셈이다.
국정원 “김여정 위상 변화 없다”

국정원의 현재 판단은 후자에 가깝다. 김여정은 지난 2월 노동당 9차 대회를 거쳐 당 총무부장에 올랐는데, 국정원은 그가 김 위원장의 복심으로서 지시 이행을 점검하고 대외 메시지를 내는 역할을 계속 수행 중이며 실질적 권력에는 변화가 없다고 평가했다. 김주애가 지도자로 각인되는 동안 김여정이 국정 실무를 챙기는 분업 구조라는 해석이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현시점의 분석이다. 김주애가 공식 후계자로 지정되는 시점, 김 위원장의 건강 변수, 당·군 내부의 세력 구도에 따라 고모와 조카의 관계는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 북한 매체가 두 사람을 어떤 순서와 호칭으로 부르는지가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