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가 소련 시절 건조한 핵추진 순양함 ‘아드미랄 나히모프’를 27년 만에 바다로 되돌려 보내고 있다. 최신 극초음속 미사일을 실은 ‘세계에서 가장 중무장한 수상함’이라는 수식어가 붙지만, 1988년에 취역한 배를 3조원 넘게 들여 살려야 했다는 사실 자체가 러시아 해군의 현주소를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리 27년, 비용은 4배

아드미랄 나히모프는 소련 해군이 1988년 ‘칼리닌’이라는 이름으로 취역시킨 키로프급 순양함이다. 만재 배수량 약 2만8000t으로 항공모함을 제외하면 세계에서 가장 큰 수상 전투함이다. 1997년 사실상 전열에서 이탈해 1999년 세브마시 조선소에 들어갔고, 본격 현대화는 2013년에야 시작됐다.

러시아 교통부에 따르면 이 함정은 지난 6월 1일 최종 해상 시험 단계에 들어갔다. 국가 시험을 거쳐 올해 말이나 내년 초 북방함대에 복귀할 것으로 전해졌다. 2013년 계약 당시 약 500억 루블에 2018년 복귀가 목표였지만 일정은 다섯 차례 넘게 밀렸고, 비용은 2000억 루블(약 3조원 안팎)을 넘긴 것으로 추산된다.
미사일 셀 176기, 그러나 새 배는 없다

무장은 확 바뀌었다. 구형 그라니트 대함미사일 대신 칼리브르·오닉스·치르콘 극초음속 미사일을 쏠 수 있는 범용 수직발사대 80셀이 들어갔고, 방공 미사일용 96셀을 더해 총 176셀을 갖췄다.

문제는 이 최신 무장을 얹을 플랫폼으로 새 군함이 아니라 40년 전 선체를 골랐다는 점이다. 러시아는 소련 붕괴 이후 잠수함과 호위함, 초계함은 계속 만들고 있지만 2만t급 대형 수상 전투함은 한 척도 새로 건조하지 못했다. 키로프급을 대체할 차세대 대형함 구상은 양산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지금 러시아가 내놓을 수 있는 가장 큰 수상 전투함이 소련이 만든 배라는 뜻이다.
흑해에서는 드론에 배를 잃는 중

북쪽에서 거함을 되살리는 동안 남쪽 흑해에서는 정반대 장면이 펼쳐지고 있다. 대규모 수상함대가 없는 우크라이나는 넵튠 대함미사일과 공격 드론, 무인 수상정으로 2022년 흑해함대 기함 모스크바함을 격침한 데 이어 함대를 세바스토폴에서 노보로시스크로 밀어냈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달 노보로시스크 기지 공격으로 군함 4척에 피해를 입혔다고 주장했고, 위성 사진에도 손상된 함정들이 포착됐다. 값싼 무인 체계가 대형 군함을 얼마나 곤란하게 만드는지 실전이 보여주는 시점에, 한 척에 비용을 몰아넣은 나히모프는 값비싼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러시아가 세계 최상위권 핵잠수함 전력과 전략 핵전력을 유지하고 있고 신형 호위함·잠수함도 계속 건조 중인 만큼, 해군이 붕괴했다고 단정하는 것은 과장이라는 반론도 있다. 나히모프의 복귀는 러시아 대양 함대의 부활이라기보다 그 한계를 보여주는 기념비에 가깝다는 것이 서방 분석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