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이슈"유럽 독점 이제 끝".. 290조 시장 'TOP'으로 올라온 한국 기술

“유럽 독점 이제 끝”.. 290조 시장 ‘TOP’으로 올라온 한국 기술

우리가 사용하는 인터넷 데이터의 99%는 하늘의 위성이 아닌 차가운 바다 밑 해저케이블을 통해 전송된다. 카톡부터 유튜브, 넷플릭스는 물론 전 세계 금융시장을 움직이는 10조 달러 규모의 돈까지 모두 해저케이블을 타고 흐른다. 이 케이블은 21세기 패권을 결정하는 핵심 인프라로, 현재 전 세계 바다 밑에서는 소리 없는 ‘핏줄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100년 넘게 해저케이블 시장을 독점해온 유럽 기업들 사이에서, 15년 전만 해도 변방 취급받던 한국 기업 LS전선이 시장 판도를 완전히 뒤집고 있다. LS전선은 대만 프로젝트에서 10전 10승을 거두며 전승 신화를 기록했고, 유럽 본토 한복판에서 2조 원 규모의 역대 최대 계약을 따내는 놀라운 성과를 보였다.

미중 갈등이 열어준 기회의 창

해저케이블은 국가 안보에 있어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1970년대 냉전 시대 미국은 ‘아이비벨 작전’을 통해 소련 앞바다 해저케이블에 감청 장치를 설치해 소련 해군의 정보를 빼냈다. 현재도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5개국 동맹인 파이브 아이즈는 해저케이블을 통해 전 세계 감청 구역을 관리하고 있다.

21세기 들어 중국은 일대일로 정책의 일환으로 ‘디지털 실크로드’를 구축하며 해저케이블 시장에 진출했다. 화웨이 같은 자국 기업을 앞세워 아프리카, 동남아, 남태평양 섬나라에 저가 공세를 펼치며 운영권을 확보했다. 하지만 미국이 클린 네트워크 정책을 선언하며 중국산 장비 및 케이블 사용을 전면 금지하면서 거대한 시장 공백이 발생했다.

이때 한국은 미국 동맹국으로서 신뢰할 수 있고, 유럽에 버금가는 기술력을 갖추었으며, 중국보다 합리적인 가격과 납기를 제시하며 시장의 빈자리를 채울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유럽 100년 독점을 깬 독보적 기술력

해저케이블 시장은 진입 장벽이 매우 높다. 수천 km의 케이블이 바다 밑에서 끊어지면 수리 비용만 수백억 원이 소요되고, 바닷속의 높은 수압과 염분, 상어의 공격, 지진 등 가혹한 환경에서 30년 이상 버텨야 한다. 프랑스의 넥상스, 이탈리아의 프리스미안 등 유럽 기업들은 1900년대 초반부터 100년 넘게 시장을 장악해온 ‘고인물’들이다.

2008년 LS전선이 강원도 동해시에 해저케이블 공장 건설을 선언했을 때, 업계는 ‘미친 짓’, ‘100% 망한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공장 건설 후 10년 가까이 적자를 기록하며 어려움을 겪었지만, 구자협 회장과 경영진은 “에너지는 결국 연결되어야 한다”는 뚝심으로 기술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지속했다.

LS전선은 유럽 기업들의 기술력을 위협하는 결정적인 무기인 525kV급 초고압 직류 송전 케이블을 개발했다. 52만 5천 볼트의 고전압에서도 케이블이 타지 않도록 하는 절연 기술이 핵심이며, 이 기술을 가진 회사는 전 세계 6개뿐이다. 또한 강원도 동해 공장에 아파트 60층 높이의 VCV 타워를 건설해 아시아 최고 높이를 자랑하며, 유럽 기업들이 LS전선 케이블의 품질을 보고 경악할 정도의 완벽한 원형 케이블을 생산하고 있다.

거친 바다에서 단련된 K-근성의 힘

해저케이블 산업은 첨단 연구실의 기술뿐만 아니라, 거친 바다에서의 토목, 건설, 생존 투쟁이 절반을 차지한다. 한국의 바다는 특히 서해와 남해의 조수간만 차가 크고 물살이 거세기로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이순신 장군이 명량대첩을 승리로 이끈 울돌목과 같은 험난한 환경에서 한국 기술자들은 단련되었다.

진도와 제주를 잇는 105km 해저케이블 설치 현장에서 산업 잠수사들은 체감 온도 40도가 넘는 폭염이나 태풍 속에서도 바다로 뛰어든다. 가장 위험한 작업은 16톤 무게의 돌망태를 케이블 위에 덮는 것으로, 크레인이 돌망태를 떨어뜨릴 때 물속 잠수사가 무선으로 유도하는데 1초라도 호흡이 어긋나면 목숨이 위험하다.

유럽 기업들이 날씨나 위험을 이유로 작업을 꺼릴 때, 한국의 LS전선과 LS마린솔루션 팀은 “해봅시다”, “밤새서라도 맞춥니다”라며 기어이 납기를 맞춰낸다. 이러한 속도와 실행력, 그리고 유럽의 선진 기술을 뛰어넘는 K-근성이 결합되면서 세계 시장의 판도가 바뀌기 시작했다.

미국 시장 진출과 수주의 미래

아시아와 유럽 시장을 접수한 LS전선은 이제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으로 향하고 있다. 미국은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 에너지 정책에 따라 2030년까지 해상풍력 30GW 설치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는 원전 30개 분량에 해당하는 거대한 시장이다.

LS전선은 미국 버지니아주 체서피크시에 약 1조 원을 투자하여 해저케이블 공장 LS 그린링크를 건설 중이다. 2027년 완공되면 ‘메이드 인 USA’ 케이블을 생산하게 되며,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른 보조금 혜택까지 받을 수 있는 ‘신의 한 수’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는 중국 등 전략적 경쟁국의 해저케이블 사업 참여를 원천 봉쇄하는 규정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중국 기업의 퇴출로 생긴 거대한 빈자리는 고스란히 LS전선의 몫이 되고 있으며, 수주 잔고는 2026년 기준으로 1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정주영 회장이 거북선 그림 한 장으로 조선 강국을 이뤘듯이, 지금 바다 위에서는 LS전선이 에너지를 육지로 가져오는 생명선을 깔며 또 한 번의 기적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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