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가 하루 만에 17.91% 폭등한 지난달 마지막 거래일, 투자자들은 오히려 빚을 갚았다. 대표적 ‘빚투’ 지표인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이날 하루에만 3조2181억원 줄었고, 7월 한 달 동안에는 8조원 넘게 감소했다. 롤러코스터 장세를 거치며 공격적 투자 대신 레버리지를 줄이는 움직임이 확산된 것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28조9349억원으로, 7월 초 37조원대에서 8조4000억원가량 줄었다. 잔고가 30조원을 밑돈 것은 약 6개월 만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8303.41에서 6595.45로 20.6% 하락했다.
하루 1000억대 반대매매

상반기 코스피에서 약 100조원을 순매수하며 공격적으로 달려들던 개인들도 속도를 확 줄였다. 지난달 개인 순매수는 약 5조4000억원 수준으로 급감했고, 투자자예탁금도 104조원대로 쪼그라들었다.
강제 청산도 잇따랐다. 지난달 위탁매매 반대매매 금액은 누적 8700억원을 넘어섰고, 특히 30일 1037억원, 31일 1220억원으로 월말 이틀 연속 1000억원을 웃돌았다.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비중도 30일 8.6%, 31일 7.1%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대형주부터 빠진 빚

빚 축소는 시장을 주도했던 반도체·AI 대형주에서 두드러졌다. 지난달 삼성전자 주가가 20%, SK하이닉스가 35% 안팎 하락하는 사이 두 종목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각각 약 19%, 11% 줄었다.
금융당국이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 기본예탁금을 3000만원으로 올린 뒤에는 관련 거래대금이 이틀 연속 급감했다. 지난달 30일 12조4000억원에 달했던 거래대금은 이달 3일 1조2000억원대까지 내려앉았다.
“청산은 중반 넘었다”지만

증권가에서는 최근 조정을 시장에 쌓였던 레버리지가 해소되는 과정으로 본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시가총액이 상장 직후 수준까지 줄었다며 반도체에 대한 극단적 매도 압력이 정점을 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모건스탠리는 한국 증시 투자의견을 ‘비중확대’로 올리며 급락은 주로 기술적 요인이었고 레버리지 청산이 이미 중반을 넘었다면서, 코스피가 9000선까지 오를 여력이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전망은 전망일 뿐이다. 실제로 급등 다음 거래일인 이달 3일 코스피는 5.12% 급락한 6257.45로 되밀리는 등 변동성은 여전하다. 레버리지가 완전히 정리되기 전까지는 급등락이 반복될 수 있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