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해·공군 사관학교를 하나로 합치는 통합 국군사관학교 추진에 생도 학부모들이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다. 정부가 우리 의견을 들은 적이 없다며 ‘전면 백지화’까지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성적으로 군을 가르면 우열만 남는다

학부모들이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선발 구조다. 통합 사관학교에서 한꺼번에 뽑은 뒤 성적에 따라 육·해·공군을 지원하게 하면, 성적 분포에 따른 계층이 생겨 합동성은커녕 우월감과 열등감만 조성된다는 것이다. 한 해군사관학교 생도의 아버지는 성적이 안 돼 희망하는 군에 못 가는 좌절과, 뜻과 무관하게 성적대로 배치되는 혼란이 뒤섞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성 훼손 우려도 크다. 해사에서 4년을 쏟아도 현장에서 배울 것이 산더미인데 통합 명분으로 군별 교육 기간을 줄이는 것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공군 생도 학부모는 신체조건·시력 등 특수 기준이 있는 공군을 성적만으로 3학년 때 고르게 하면 선발과 배치에 혼선이 불가피하다며, 하늘과 비행기를 보며 정체성을 쌓는 교육 환경이 육군 중심 구조에 희석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흔들리는 생도 사회

불안은 생도 사회 내부로도 번지는 분위기다. 한 육사 학부모는 졸업이 가까운 상급생보다 통합·이전이 어떻게 적용될지 모르는 1·2학년 후배들 걱정이 크다며, 일부 학부모 사이에서는 “이럴 바엔 자퇴시켜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고 전했다. 통합 후 원하는 군에 못 가면 전역 지원이 늘 수 있다는 걱정도 뒤따른다.
결론 정해놓은 공청회 아니냐

학부모들은 다음 달 공청회에 참여해 의견을 내겠다면서도 절차 자체를 불신하고 있다. 정부가 10월 기본계획 발표와 연내 입법 일정을 이미 짜둔 만큼, 공청회가 결론을 정해 놓고 구색을 맞추는 요식 절차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학부모에게 공식 안내장 한 장 온 적 없다는 소통 방식에 대한 불만도 터져 나왔다. 예산이 있다면 통합 캠퍼스가 아니라 초임 간부 숙소 등 근무 여건 개선에 쓰는 것이 현실적 국방개혁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앞서 정부는 각군 사관학교의 소규모 분산 운영에 따른 비효율 해소와 AI 시대 통합 교육을 통합의 명분으로 내세운 바 있다. 효율화라는 정부 논리와 정체성·공정성이라는 학부모들의 반박이 맞서는 가운데, 다음 달 공청회가 이 갈등의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