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크라이나가 또 한국에 손을 내밀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9일 북한이 러시아에 최대 5만명을 추가 파병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한국을 콕 집어 방공체계 지원을 받고 싶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앞서 지난 7월 초에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측근인 올렉산드르 카미신 전략담당 고문이 방한해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에 패트리엇 최신형 PAC-3 지원을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공망 뚫린 우크라이나, 한국을 지목한 이유

절박한 사정은 이해가 간다. 우크라이나는 드론과 순항미사일은 대부분 막아내지만 탄도미사일에는 사실상 무방비여서, 지난달 러시아 탄도미사일 요격률이 29%에 그쳤다는 분석이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올겨울을 넘기려면 패트리엇 미사일 최소 300발이 더 필요하다고 호소해 왔다. 패트리엇을 운용하는 한국과 일본에 매달리는 이유다.

그러나 한국은 우크라이나와 동맹도, 조약상 방위 의무도 없는 나라다. 4년째 인도적 지원과 비살상 물자를 보내왔는데도 요청은 살상무기, 그것도 한국군의 핵심 방공 자산으로 갈수록 올라가고 있다.
못 주는 게 아니라 안 주는 게 맞는 이유

첫째, 줄 물량이 없다. 한국군의 PAC-3 최신형(MSE) 도입은 아직 완료되지 않았고, 북한 탄도미사일 대비 태세를 유지해야 한다. 천궁-Ⅱ는 UAE·사우디 등 수출 계약이 꽉 차 있고 이란 전쟁 이후 조기 공급 요청까지 밀려 있다. 국방정보본부가 최근 국회에 러시아 전장의 북한제 미사일 성능이 개선됐을 가능성을 보고한 만큼, 지금은 우리 방공망을 더 채워야 할 때다.

둘째, 간접 교전의 위험이다. 한국이 준 요격미사일이 러시아 편에서 싸우는 북한군의 미사일을 막게 되면, 남북이 우크라이나 땅에서 교전 당사자가 되는 구도가 생긴다. 러시아가 북한에 재진입 기술 등 미사일 핵심 기술을 넘기는 보복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마이크 펜스 전 미국 부통령이 한국산 요격미사일을 미국이 받아 우크라이나에 재배치하는 우회안을 공개 제안했지만, 물량이 없다는 문제는 그대로다.
정부는 왜 말을 흐리나

정부 입장은 원칙적으로는 명확하다. 국내법과 정책상 분쟁 지역에 살상 무기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외교부는 지난 10일 젤렌스키 발언에 대해 “외교채널 소통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며 ‘살상무기 불가’를 명시하지 않아 입장 변화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우크라이나 측은 이 틈을 파고들어 UAE에는 천궁-Ⅱ를 앞당겨 주면서 자국에는 예외가 없다고 문제 삼는다.

물론 반론도 있다. 북한군이 러시아에서 실전 경험을 쌓는 것 자체가 한국 안보 위협이니 우크라이나를 돕는 게 곧 우리를 돕는 것이라는 논리다. 드론 분야 협력처럼 서로 얻을 게 있는 영역도 있다. 그러나 비살상 지원과 방산 협력은 계속하되, 한국군 방공 자산을 내주는 문제만큼은 정부가 애매한 침묵 대신 분명하게 선을 그어야 할 때가 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