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효과를 냈는지를 두고 시장이 두 쪽으로 갈리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 수도권 고가 아파트 절반이 신고가를 찍을 만큼 달아올랐던 시장에서, 지난 3일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강남권을 중심으로 호가를 낮춘 매물이 등장하고 있어서다.
119억 옆에 92억 매물

국토교통부와 재정경제부는 지난 13일 세제개편 이후 강남 3구와 성동구의 주요 단지에서 호가가 내린 사례 25건을 담은 참고자료를 배포했다. 압구정 현대1·2차 전용 198㎡의 경우 발표 전 119억원이던 매물 호가가 발표 후 92억원까지 27억원 내려왔다는 내용이다.
매물 자체도 늘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 기준 강남 3구 아파트 매물은 발표 후 일주일 새 782건 증가했다. 강남권의 한 공인중개사는 세금 부담이 커지기 전에 정리하려는 집주인들이 많게는 십수억원씩 호가를 낮추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개편으로 초고가 주택 보유세가 무거워지고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 한도까지 축소되면서 ‘버티기’의 셈법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잡혔다” vs “착시다”

정부 발표대로면 정책이 2주 만에 효과를 낸 셈이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정부 자료가 단지별 최저 호가만 골라 담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일부 언론 검증에서는 같은 단지·같은 면적에서 오히려 호가가 오른 매물도 확인됐다. 정부가 하락 사례로 든 서초구의 한 단지는 동일 면적·층 매물의 중간 호가가 발표 후 4억5000만원 높아졌다는 분석도 있다.
지역별 온도차도 뚜렷하다. 초고가 단지가 몰린 강남권과 달리 노원·도봉·강북 등 중저가 지역은 종부세 공제 상향 수혜 기대 속에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진짜 승부는 지금부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신중론이 우세하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지금의 호가 조정이 세 부담 회피성 일부 매물에 따른 단기 현상일 수 있다며, 강남 진입 대기 수요가 여전한 만큼 장기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봤다. 매수자들도 추가 하락을 기다리며 관망하고 있어 실거래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결국 ‘정책이 통했다’는 판정은 호가가 아니라 실거래가 하락이 확인돼야 가능하다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2주짜리 성적표를 놓고 승패를 가리기엔 아직 이르다는 얘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