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가 북극해 노바야젬랴 군도에서 핵추진 순항미사일 ‘부레베스트닉’ 발사 시험을 준비하는 정황이 위성 사진에 잡혔다. 서방에서 ‘날아다니는 체르노빌’로 불리는 이 무기는 터지지 않고 날기만 해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핵무기와는 다른 공포를 안긴다.
위성에 잡힌 실험 준비 정황

우크라이나 기반 공개정보(OSINT) 분석 그룹 아비벡터는 지난달 22~23일 러시아 로스아톰이 운용하는 Il-976 특수계측기 두 번째 기체가 노바야젬랴 로가체보 공군기지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Il-76 수송기를 개조한 이 항공기는 미사일 비행 궤적을 추적하고 대기 중 방사성 물질을 포집·분석하는 장비를 싣고 있어, 과거 부레베스트닉 시험 때마다 등장했다.

바렌츠옵서버 등에 따르면 기지에는 A-50U 조기경보기와 An-26 수송기 4대, An-74 등도 전개됐고, 이전 시험에 참여했던 민간 선박들이 판코보 시험장 주변 바렌츠해·카라해에 배치됐다. 러시아는 인근 공역에 비행 제한도 발령했다.
노르웨이의 한 OSINT 분석가는 “비행 시험 준비가 모두 끝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는 지난해 10월에도 이 미사일이 1만4000㎞를 비행했다며 시험 성공을 주장한 바 있다.
핵반응로가 곧 엔진

부레베스트닉은 2018년 3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6대 신무기’ 중 하나로 공개한 전략무기다. 러시아어로 ‘폭풍의 전령’이라는 뜻으로, 나토는 ‘SSC-X-9 스카이폴’이라고 부른다. 문제는 추진 방식이다. 소형 원자로로 공기를 가열해 추력을 얻는 핵 램제트 구조라 이론상 사거리 제한이 없고 며칠씩 비행하며 방공망을 우회할 수 있다는 게 러시아의 주장이다.

그러나 원자로 배기가 그대로 대기로 나가는 구조라 비행 경로를 따라 방사성 물질이 흩뿌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2019년 8월 러시아 뇨녹사 해군 시험장에서 관련 실험 중 폭발이 일어나 과학자 5명이 숨지고 인근 도시의 방사선 수치가 일시 상승한 사건은 이 위험을 실증한 사례로 꼽힌다. 원폭이 투하되고 수년이 지나서도 피폭 후유증으로 목숨을 잃은 이들이 히로시마·나가사키에서 잇따랐다는 역사는, 폭발 없이도 방사선을 남기는 무기가 왜 더 문제인지 보여준다.
남은 의문

부레베스트닉의 실전 배치 여부와 기술 완성도는 러시아 발표 외에 검증된 바 없다. 서방 정보기관들은 그동안 다수의 시험이 실패했다고 평가해왔고, 이번 정황 역시 준비 단계일 뿐 실제 발사가 확인된 것은 아니다. 다만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과의 핵군축 협상 교착 속에 러시아가 다시 이 무기를 꺼내 든 것 자체가 서방을 향한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