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르무즈 해협 파병 검토를 둘러싼 한국의 셈법이 갈수록 꼬이고 있다. 미국은 중동 밖 국가에도 군사자산을 서둘러 보내라고 재촉하고, 이란은 외무부 대변인이 한글로 “심각한 결과”를 경고하고 나섰다. 여기에 걸프 지역의 한국 기업 사업장까지 보복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이란 측 인사의 발언까지 나왔다.
한글로 쓴 이란 외무부의 경고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7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엑스에 한국어로 글을 올렸다. 그는 “이란과 대한민국의 관계는 64년이 넘는 역사를 지니고 있다”며 우호 관계를 중시한다고 운을 뗐다.
그러나 곧바로 “페르시아만과 호르무즈 해협에서 군사적으로 주둔하거나 작전에 참여하는 것은 침략 행위의 당사자를 직접적으로 지지하는 것으로 간주될 수밖에 없으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지난 4일 이란의 익명 고위 당국자가 알마야딘 인터뷰에서 한국의 개입을 “전쟁 참여”로 간주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이번엔 외무부가 실명으로, 그것도 한국 독자를 겨냥해 한국어로 수위를 높인 셈이다.
“한국 경제자산 손쉽게 파괴할 수 있다”

더 직접적인 위협은 이란 핵협상팀 고문을 지낸 이란 학자의 입에서 나왔다. 중동 전문매체 미들이스트아이에 따르면 그는 알마야딘 방송에서 한국이 대이란 군사작전에 참여하면 이란이 한국을 “적”으로 간주하고 역내 한국 자산을 공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표적이 군사시설에 한정되지 않는다며 사우디·바레인·쿠웨이트·UAE·카타르의 한국 자산을 거론했고, “우리는 그들의 경제자산을 손쉽게 파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의 군사 기여는 “군함 한두 척”이라며 평가절하하기도 했다.

그가 기업명을 직접 거명한 것은 아니지만, 중동에는 삼성물산의 사우디 열병합발전소와 UAE·카타르 원전·LNG 기지, 현대건설의 사우디 송전선로, 대우건설의 이라크 신항만 등 한국 기업 사업장이 다수 걸려 있다. 정부 자료 기준 한국의 호르무즈 경유 원유 도입 의존도는 61%에 이른다.
미국은 “빨리 오라”, 정부는 “결정된 바 없다”

미국의 압박은 반대 방향이다.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부 장관은 6일 방송 인터뷰에서 중동 밖 국가의 군사자산도 조속히 들어오기를 바란다고 말했고, 미 정부 고위 관계자는 앞서 한국을 “중동 원유의 최대 고객 중 하나”로 지목하며 자원 전개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신중하다. 국방부는 7일 브리핑에서 미국 등 국제사회와 실질적 기여 방안을 협의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안은 현재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청와대도 한반도 대비태세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비전투·수색 등 여러 선택지를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여당 안에서도 찬반이 갈린다. 파병하면 이란의 보복과 기업 자산 위험을 떠안고, 안 하면 미국과의 관계와 원유 수송로 부담이 남는 딜레마가 한국 앞에 놓여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