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의 80대 남성이 반세기 넘게 존재조차 잊고 있던 위스키 원액 한 통이 27만 파운드(약 5억원)의 가치로 평가돼 화제다. 1971년 130파운드(현재 약 24만원)에 산 것이니 2000배 넘게 뛴 셈이다.
자녀 학비 마련하려 산 ‘통’

30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영국 서리주에 사는 81세 남성은 1971년 자녀 교육비를 마련할 목적으로 글렌로시스 싱글 몰트 위스키 원액이 담긴 캐스크를 130파운드에 사들였다. 당시 런던에서 상품 거래 일을 하던 그는 증류 직후의 위스키를 통째로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장기 투자를 결심했다. 롤스로이스 파산으로 1000파운드 넘게 잃은 직후였지만, 더 잃어도 감당할 수준이라고 판단했다고 한다.
계획은 5년쯤 숙성시킨 뒤 되팔아 차익을 남기는 것이었다. 그런데 캐스크를 판 업체가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을 닫으면서 보관 장소를 확인할 길이 사라졌다. 그는 투자금을 날렸다고 생각하고 이 일을 잊고 살았다.
창고에서 걸려온 보관료 청구

수십 년 뒤 뜻밖의 연락이 왔다. 캐스크를 보관하던 창고 측이 보관료를 청구하면서 존재가 다시 확인된 것이다. 그는 최근 한 위스키 중개업체에 판매를 의뢰했고, 확인 결과 캐스크에는 약 287병 분량의 원액이 남아 있었다.
1969년 1월에 채워진 이 원액은 숙성 57년째다. 오래됐다고 다 값이 오르는 것은 아니다. 중개업체에 따르면 이 정도 연수의 캐스크는 알코올 도수가 40% 아래로 떨어져 스카치 위스키로 팔 수 없게 되거나, 나무 향이 원액을 압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 캐스크는 도수 42.2%를 유지했고, 시음한 전문가들도 품질이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증류소 최고령 제품보다 6년 오래됐다

글렌로시스가 지금까지 내놓은 가장 오래된 제품은 51년 숙성으로, 지난해 3월 100병만 출시돼 병당 3만7000파운드(약 6900만원)에 팔렸다. 이 캐스크는 그보다 6년 더 오래됐고, 위스키 데이터베이스 ‘위스키베이스’에도 52년 이상 글렌로시스 기록은 없다. 27만 파운드라는 평가액이 나온 배경이다.

정작 주인공은 스카치를 즐기지 않는다. 마셔도 18파운드(약 3만4000원)를 넘지 않는 술을 고른다는 그는, 판매 대금을 자녀와 손주 8명을 위해 쓸 계획이라며 “27만 파운드를 잔돈으로 여길 일론 머스크나 제프 베이조스 같은 사람을 찾아야겠다”고 농담했다.
다만 이런 사례는 중개업체조차 “복권 당첨보다 드물다”고 말할 만큼 예외적이다. 최근 캐스크 투자를 내세운 업체가 늘었지만 보관료 부담과 도수 하락, 업체 폐업 위험이 뒤따르는 만큼, 같은 행운을 기대하고 뛰어드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