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해군의 미래를 책임질 6000톤급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이 2년째 멈춰있다. 방위산업 최대 규모 중 하나인 이 사업의 핵심 기술은 대부분 자체 개발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내부 요인으로 인해 추진이 완전히 막혀 있는 상황이다.
기밀 유출로 시작된 파국

시작은 HD현대중공업의 기밀 유출이었다. 2013년부터 2015년 사이, 9명의 HD현중 직원이 경쟁사인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의 설계 자료를 불법 유출했고, 법원은 이 중 8명에게 실형 또는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보안 감점도 이어졌고, 이 감점은 방위사업 입찰에서 결정적 변수로 작용했다. 여기에 한화오션마저도 대만으로 잠수함 기밀을 빼돌린 사실이 드러나며 혼란은 극에 달했다.
대통령 한마디에 사업 혼돈 가속
대통령은 “기밀 유출 업체에는 수의계약 불가”라고 발언했다. 이 발언은 단순 소총 사업에서 나온 것이었지만 방위사업청은 전 부문에 적용했고,
이에 따라 KDDX는 기존 수의계약에서 경쟁 입찰로 변경됐다. 결국 HD현중은 이미 기본 설계를 따냈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입찰 경쟁에 나서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한 치 양보 없는 법정 싸움

기본 설계를 한 HD현중은 기술 연속성을 내세우며 다시 수주를 노리고 있지만, 보안 감점이라는 중대한 리스크가 있다.
한화오션은 오리지널 개념 설계 수행 이력과 명확한 법적 클린 이미지를 무기로 내세우고 있다. 보안 감점 여부에 대한 판단은 방위사업청이 미루고 있어, 법정 대응으로까지 비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공정성 논란과 관급 장비 불확실성
두 회사 간 가격 경쟁이 핵심인 만큼, 관급 장비의 범위가 불확실한 현재 상태에선 비용 산정조차 어렵다.
한화오션은 전투체계를 자체 생산하는 한화시스템과 손잡고 경쟁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HD현중은 감점 폭탄을 안고도 연속성 강점을 내세워 승부수를 띄울 정황이다. 관급 장비 범위가 명확히 정해지지 않으면 공정 경쟁은 물 건너간 셈이다.
해군 전력 공백 현실화, 국제 신뢰도 하락 우려

가장 큰 문제는 안보다. 2028년부터 퇴역하는 노후 구축함을 대신할 KDDX가 지연되면서 대공·대잠 능력이 부족한 현 함정들이 그대로 작전에 투입될 수밖에 없다.
이는 북한의 순항미사일과 탄도미사일 등 복합적 위협에 즉시 대응하지 못하는 치명적 약점이다. 국제적으로도 ‘원팀코리아’ 실패 사례가 재현될 경우, 캐나다 등 주요 수출국에선 한국 방산의 신뢰도가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
정부의 교통정리와 결단이 절실한 시점

가장 시급한 건 정부의 결단력이다. 보안 감점 여부를 빠르게 확정하고, 사업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신속히 조치해야 한다.
양사 간 갈등을 조율할 중재자가 필요한 시점이며, 사업을 맡는 업체보다 안전하게 전력화하는 방식이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한다. 현재 KDDX 사업 지연은 단순한 업체 대결이 아닌 대한민국 안보의 공백이라는 치명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