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00년 집권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는 서방의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5년째로 접어든 우크라이나 전쟁이 소모전으로 굳어진 가운데,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드론이 러시아 국민의 일상까지 흔들고 있어서다. 앞서 푸틴 대통령이 ‘평화 가능성’을 언급한 데 이어, 이번엔 그가 왜 코너에 몰렸는지를 짚어봤다.
1차 대전보다 길어진 전쟁, 사상자 200만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지난 7월 보고서에서 양측 군 사상자가 200만 명을 넘었다고 추산했다. 러시아군 사상자는 약 140만 명으로 이 가운데 전사자가 45만 명, 우크라이나군은 사상자 52만~62만 명에 전사자 12만~15만 명 수준이다. 양국 모두 공식 통계를 내지 않아 추정치라는 단서가 붙는다.

피해에 비해 전과는 미미하다. CSIS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일부 전선에서 하루 50m도 전진하지 못했고, 4~5월에는 점령한 땅보다 잃은 땅이 많아 약 400㎢ 순손실을 냈다. 이 전쟁은 지난 6월 이미 1차 세계대전의 기간을 넘어섰다.
북한에 손 벌리는 러시아

병력 부족을 메우는 카드가 북한이다. 러시아는 2024~2025년 북한군 1만 명 이상을 받아 쿠르스크 반격에 투입했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최근 북한군 수만 명 규모의 추가 파병설과 북한산 탄도미사일 공격을 잇달아 제기했다.

그는 러시아가 9월 총선 뒤 최대 50만 명을 추가 동원할 계획이라고도 주장했다. 크렘린은 “논평할 필요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주유소 줄, 비어가는 창고

푸틴을 더 압박하는 건 러시아 국민의 체감이다. 우크라이나는 올봄부터 AI를 탑재한 장거리 드론으로 모스크바를 비롯한 후방의 정유시설과 물류창고를 체계적으로 때리고 있다. 산유국인 러시아에서 휘발유 부족 사태가 벌어져 주유소마다 긴 줄이 늘어섰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판 아마존’으로 불리는 유통업체 와일드베리스의 물류창고를 집중 공격한 점도 눈에 띈다. 생필품 배달을 막아 전쟁을 ‘먼 곳의 북소리’가 아닌 눈앞의 현실로 만들겠다는 심리전으로 해석된다. BBC에 따르면 재정의 40% 이상이던 에너지 수출 비중도 25% 수준으로 떨어졌다.
9월 총선이라는 시험대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는 9월 18~20일 국가두마(하원) 선거를 치른다. 반전 성향 야블로코당은 대법원 결정으로 출마가 막혔고, 나머지 야당은 핵심 정책에서 여당과 사실상 한편이다. 승패는 정해져 있지만 투표율과 여당 득표율이 눈에 띄게 떨어지면 조용한 반대 신호로 읽힐 수 있다.
물론 러시아 국민 상당수는 푸틴 집권으로 나라가 안정됐다고 믿고, 푸틴 대통령도 휴전 의사가 없음을 거듭 밝혔다. 서방 분석이 곧 정권 붕괴를 뜻하진 않는다. 다만 국민이 전쟁 비용을 직접 치르기 시작한 만큼, 총선 이후가 진짜 시험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