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훈센 총리는 이번 국경 무력 충돌을 통해 정치 생명을 연장해보려 했지만, 현실은 완벽하게 역풍이다. 페툰탄에서 시작된 공격은 오히려 캄보디아의 취약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물과 전기, 통신까지 완전히 차단된 상황 속에서 수도 프놈펜으로 향하는 피난 행렬만 길어진다.
자국 내 여론은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으며, 난민 수만 이미 50만 명을 넘겼다. 전통적으로 강경한 이미지였던 훈센은 지금 전쟁도, 평화도 아닌 어정쩡한 정치적 수렁에 빠졌다.
아누틴의 강경 카드는 ‘신의 한 수’

태국 총리 아누틴은 이번 사태를 선거 전략으로 활용하는 데 거의 완벽에 가까운 교과서적 대응을 보여줬다. 의회 해산부터 공습 확대, 협상 거부까지 모든 행보가 계산된 수순이다. 미국의 중재 시도에는 요지부동이며, F-16 전투기 출격 횟수는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다.
전투 성과도 매우 일방적이다. 드론 64대, 전차 6대를 격파하고도 태국군 사상자는 9명에 불과하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아누틴은 “선거 전 승리 확정”이라는 분위기를 만들어가고 있다.
국제사회, 훈센 외면…고립 심화

훈센 총리는 유엔과 말레이시아를 통해 휴전 시도를 이어가고 있지만, 태국 측은 단호하고 일관되게 거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그동안 훈센과 친분을 유지해온 중국과 베트남조차도 중립적인 입장을 고수하며 개입을 꺼리고 있다.
베트남은 국경을 폐쇄했고, 중국은 ‘자제 유지’를 권고하는 원론적인 입장에 그쳤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도 중재보다는 자신에게 유리한 정치 쇼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보인다. 훈센은 이제 정치적, 외교적으로 전면적인 고립 상태에 놓여 있다.
전투보다 치명적인 ‘민간 피해’

이번 무력 충돌의 최대 피해자는 일반 국민이다. 태국 국경 마을 주민들은 방공호에 숨고, 캄보디아 난민들은 배급식량으로 하루를 버티고 있다. 정치 지도자들의 권력 다툼 속에서 민간인의 삶은 철저하게 무시되었다.
국제사회의 지원도 제한적이며, 적십자조차 경계 지역 출입에 심각한 제약을 받고 있다. 이는 단순한 국경 분쟁이 아니라, 정치적 도박의 극단적인 결과다.
정치의 도구가 된 전쟁

훈센은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지만, 전면전을 확대할 여력도 없다. 정치가 국민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이용하는 도구가 된 이번 사태는 동남아시아 정치가 안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를 보여준다.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그 속에서 무너진 것은 권위가 아니라 인간성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