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가계 빚이 사상 처음 2000조원을 넘어섰다. 집을 사려는 ‘영끌’에 주식에 넣으려는 ‘빚투’까지 겹치면서, 한국은행조차 “이례적”이라고 평가할 만큼 빚이 불어난 것이다.
5년 만의 최대 증가 폭

한국은행이 19일 발표한 ‘2026년 2분기 가계신용’에 따르면 2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2019조800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25조9000억원 늘었다. 2021년 3분기 이후 4년 9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이다.
내용을 뜯어보면 더 눈에 띈다. 주택 관련 대출이 12조2000억원 늘어나는 동안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12조8000억원 늘었다. 기타대출 증가액이 주택 관련 대출을 앞지른 건 2021년 2분기 이후 5년 만에 처음이다.
영끌과 빚투의 합작품

주택 관련 대출은 양도세 중과 시행 전 매수 수요와 기존 분양 단지의 집단대출이 맞물리며 늘었다. 여기에 증시 활황이 기름을 부었다. 증권사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연초 27조4000억원에서 6월 말 36조7000억원으로 9조원 넘게 불어났다.
한은에서는 “기타대출 증가는 주식 투자 수요 때문으로 보인다”며 “신용대출 증가 폭이 기존보다 이례적으로 컸다”고 평가했다. 통계를 집계하는 한은이 놀랄 만큼 빚투가 폭증했다는 얘기다.
커지는 금리 인상 압력, 남은 변수

빚이 2000조원을 넘어서면서 한은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한은은 지난달 주택가격과 가계대출 증가세 등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2.50%에서 2.75%로 올렸는데, 시장에선 가계부채가 추가 인상의 명분을 키웠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금리가 오르면 취약 차주부터 원리금 부담이 커져 내수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정부는 지난 13일 가계대출 총량 증가율 목표를 1.5%에서 3%로 높이며 실수요·청년 대출은 풀되 투기성 대출은 조인다는 방침을 내놨다. 변수는 하반기다. 전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액이 6월 8조3000억원에서 7월 6조2000억원으로 줄어드는 등 증가세가 다소 둔화한 만큼, 한은도 2분기 같은 빚투 폭증이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향후 대출과 집값 흐름이 금리의 향방을 가를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