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년 7개월 만에 개발이 끝난 한국형 전투기 KF-21 ‘보라매’를 두고, 한국과 인도네시아 정부가 공동개발 종료 이후에도 협력을 이어갈 후속 체계를 짜고 있다. 앞서 인도네시아가 깎인 분담금을 완납하고 KF-21 체계개발이 공식 종료된 데 이은 움직임이다. 분담금을 수년간 미루다 현지 생산까지 접은 인도네시아와 다시 손을 잡는다는 소식에 시선이 엇갈린다.
대사관 “다음 단계 협의 중”

인도네시아 매체 템포 등에 따르면 엄태호 주인도네시아 한국대사관 참사관은 지난 26일 자카르타에서 열린 언론 워크숍에서 “다음 단계의 구체적인 협력 형태를 양국 국방부와 외교부가 협의하고 있다”며 “협력 방법과 방식, 시기를 조속히 결정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단순 완제기 매매에 그치지 않고 산업 참여와 유지·보수·정비(MRO), 인력 양성 등을 묶어 공동개발 과정에서 쌓은 협력 기반을 유지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현재 인도네시아 공군과 초도 물량 16대를 포함해 최대 48대 규모의 완제기 직수출을 목표로 실무 협상을 진행 중이다.
돈은 깎이고 공장은 접혔다

인도네시아는 2015년 KF-21 사업에 합류하며 개발비의 20%를 부담하고 자국에서 48대를 생산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재정난을 이유로 분담금 납부를 장기간 미뤘고, 기술이전 범위를 놓고도 이견을 빚으면서 양국은 분담금을 6000억원으로 낮추는 대신 이전 기술 범위를 줄이는 것으로 합의했다. 당초 약속액의 3분의 1 남짓이다.

현지 생산 계획도 결국 백지화됐다. 인도네시아 국방부는 지난 6월 기술이전과 자국 방산 역량, 투자 대비 부가가치를 재검토한 끝에 공동생산 대신 한국에서 완성된 기체를 직접 사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조정된 분담금은 지난 6월 말 완납됐고, 그 대가로 배정된 시제기 1대를 인도네시아로 넘기는 절차가 진행 중이다.
그래도 손 못 놓는 이유

방산업계에서는 인도네시아가 KF-21의 첫 해외 고객이라는 점을 무시하기 어렵다고 본다. 완제기 수출은 기술이전 부담이 없어 대당 수익성이 높고, 첫 수출 실적이 있어야 다른 나라를 설득하기도 쉽다는 것이다. 동남아 최대 시장에 MRO 거점을 두면 후속 수출에도 보탬이 된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반면 인도네시아가 약속을 번복해온 전력이 있는 만큼 48대 구매 역시 확정으로 볼 수 없다는 신중론도 있다. 초도 16대조차 아직 계약 전이라, 협력 체계가 실제 어떤 형태로 마무리될지는 양국 협의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