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가 역대 최대 폭으로 반등한 날, 개인투자자들은 그 반등을 탈출 기회로 썼다. 국내 주식형 ETF를 대거 팔아치우고, 그 돈으로 미국 ETF를 담은 것이다.
증권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커뮤니티에는 원금만 회복하면 국내 증시를 떠나 다시는 돌아보지 않겠다는 취지의 글이 잇따랐다. 3일 코스콤 집계는 그 민심을 숫자로 보여준다.
순매수 상위 10개 중 7개가 미국 ETF

코스피가 17.91% 폭등한 지난달 31일, 개인의 ETF 순매수 상위 10개 가운데 국내 지수를 ‘따라 오르는’ 상품은 하나도 없었다. 7개는 미국 주식형이었다. ‘TIGER 미국S&P500′(420억 원), ‘KODEX 미국나스닥100′(378억 원), ‘TIGER 미국나스닥100′(244억 원),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나스닥'(169억 원) 등이다.
나머지 3개의 정체는 더 의미심장하다. ‘KODEX 200선물인버스2X'(3715억 원), ‘KODEX 인버스'(1111억 원), ‘KODEX 코스닥150선물인버스’ 등 전부 국내 지수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 상품이었다. 지수가 하루 만에 5600선에서 6500선까지 뛰었는데도, 개인은 ‘다시 떨어진다’에 돈을 건 셈이다.
판 것은 국내 레버리지.. 58% 폭등이 탈출 신호탄

순매도 상위권은 국내 주식형이 휩쓸었다. 개인은 ‘KODEX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를 5879억 원어치 팔았다. 이 상품이 이날 58% 폭등하자 물려 있던 물량이 일제히 출구로 몰린 것이다.
‘KODEX 레버리지'(4942억 원), ‘KODEX 200′(2760억 원), ‘KODEX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2156억 원)가 뒤를 이었다. 폭락 내내 발을 묶었던 레버리지 상품에서 본전 언저리에 탈출해, 미국행 티켓과 하락 보험으로 갈아탄 그림이다.
매수 주체가 바뀌었다.. 반등마다 쏟아질 매물

증권가에서는 시장의 손바뀜에 주목한다. 지난달 31일 외국인 순매수는 넥스트레이드 합산 8조7709억 원으로 역대 최대였고 개인은 10조 원 넘게 팔아, 투매와 반등의 주체가 완전히 뒤바뀌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스피가 6000선 아래로 내려간 뒤부터는 연기금의 순매수가 시작됐다는 관측도 있다.
문제는 다음이다. 한 증권사 분석에 따르면 코스피 6000선 위에서 물려 있는 개인 자금은 약 130조 원으로 추산된다. 개인 순매수가 7000~8500선에 집중됐던 만큼, 지수가 그 구간에 다가설 때마다 본전을 찾은 매물이 쏟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특히 조정장 초입 8000선에서 들어온 저가 매수 물량이 ‘탈출 1순위’로 꼽힌다.
반등의 불씨가 살아나도, 그 위에는 본전만 기다리는 130조 원의 대기 매물이 얹혀 있다. 개미들의 이탈이 남긴 진짜 청구서는 이제부터 날아오는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