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경제"빚 갚은 사람만 바보 되나"… 이재명표 빚 탕감에 경고가 쏟아지는 이유

“빚 갚은 사람만 바보 되나”… 이재명표 빚 탕감에 경고가 쏟아지는 이유

정부가 장기 연체자의 빚을 과감하게 정리해주는 정책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반복되는 ‘탕감 카드’에 대한 경고음이 안팎에서 커지고 있다. 해외 주요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방식이라는 지적과 함께다.

세 번째 탕감 카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이상하게 우리나라는 빚을 탕감해 주는 것에 대해 가혹하리만큼 엄격하다”며 “5년, 10년 된 장기 연체 채무를 정리하는 것은 서구 사회에는 아주 기본적”이라고 말했다. 이 기조에 따라 정부는 지난해 10월 ‘새도약기금’을 출범시켜 7년 이상 연체된 5000만 원 이하 개인 채권을 사들여 소각하거나 조정해 왔다. 총 16조 4000억 원 규모로 약 113만 명이 수혜 대상으로 예상되며, 지금까지 여섯 차례에 걸쳐 11조 원대 채권을 매입했다.

문제는 이런 정부 주도 탕감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국민행복기금, 새출발기금에 이어 벌써 세 번째다.

“해외엔 이런 제도 드물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기금을 만들어 주기적으로 개인 채무를 소각하는 사례가 해외에서는 드물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모기지 지원도 정부가 빚을 사서 없애준 게 아니라 금융회사가 금리 인하·만기 연장을 제공한 방식이었고, 미국의 학자금 대출 탕감도 극히 예외적인 사회적 논쟁 속에 추진됐다는 것이다.

국회예산정책처도 최근 보고서에서 “위기 때마다 반복되는 정부 주도의 채권 소각이나 대규모 기금 매입은 상환 의지를 약화할 수 있다”며 일회성 구제보다 금융회사의 선제적 연체 관리와 상시 채무조정을 정착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실하게 빚을 갚아온 사람과의 형평성 논란이 매번 되풀이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부 논리, 그리고 한국적 사정

정부의 논리는 사회 전체 효용이다. 계좌 하나 못 만드는 장기 연체자를 경제 활동에 복귀시키면 납세자와 소비자가 늘어나 모두에게 이익이라는 것이다. 한국의 특수성을 짚는 시각도 있다. 한 대학교수는 외환위기 이후 부실채권 추심이 대부업권에 넘어가면서 기계적인 소멸시효 연장과 장기 추심 관행이 고착화됐고, 원 대출기관이 끝까지 채권을 관리하는 미국·영국과는 환경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결국 쟁점은 방식이다. 영국처럼 감독당국이 지침으로 금융회사의 취약 채무자 보호를 유도하는 상시 구조를 만들 것인지, 위기 때마다 기금으로 빚을 사들일 것인지다. 정부가 탕감의 경제적 편익을 수치로 입증해 공론화에 나서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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