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반도체를 정조준해 온 중국 D램 괴물이 27일 증시에 입성한다. 중국 최대 D램 제조사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이날 상하이증권거래소 커촹반(과창판)에 상장한다.
CXMT는 이번 기업공개(IPO)에서 공모가 8.66위안에 신주 66억8800만 주를 발행해 579억2000만 위안(약 12조5000억 원)을 조달했다. 초과배정옵션까지 행사하면 최대 666억 위안, 14조 원대로 불어난다. 올해 아시아 최대이자 중국 반도체 사상 최대, 중국 본토 증시 역사상 두 번째로 큰 IPO다.
첫날 330% 뛰면 ‘중국 시총 1위’

시장의 눈은 첫날 주가에 쏠려 있다. 커촹반은 상장 후 첫 5거래일간 가격제한폭이 없는데, 블룸버그통신은 밸류에이션과 청약 열기를 근거로 첫날 급등을 예상했다. 주가가 330%가량 뛰면 시가총액이 중국공상은행을 제치고 중국 본토 1위에 오를 수 있다는 계산까지 나온다.
근거는 ‘싼 몸값’이다. 공모가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은 2.4배로 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경쟁사 평균보다 56% 할인된 수준이고, 시총도 SK하이닉스의 10분의 1에 그친다. 청약 경쟁률은 개인 212대 1, 기관 500대 1을 기록했으며, 한 글로벌 운용사 관계자는 “공모가보다 500% 높게 거래를 시작해도 놀랍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12조 실탄 쥐고 한국 추격.. ‘괴물’의 실체

한국이 긴장하는 이유는 이 돈의 용처다. 조달 자금은 생산라인 확충과 D램 기술 고도화에 투입된다. CXMT의 글로벌 D램 점유율은 올해 1분기 매출 기준 8%로 삼성전자(38%), SK하이닉스(29%), 마이크론(22%)에 이은 4위까지 올라왔고, 구형 D램을 반값에 공급하는 저가 공세로 글로벌 제조사들과의 협력 논의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AI발 메모리 수요 급증과 중국 내 공급 부족이라는 우호적 환경까지 갖췄다.
다만 열기 속 신중론도

과열 경계론도 있다. 개인 청약 경쟁률은 2020년 SMIC 상장 당시(471대 1)에 크게 못 미쳐 이전 대형 IPO보다 투자심리가 신중해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HBM 등 첨단 제품의 양산 능력과 수율은 여전히 검증 전이다. 상장 후 주가 흐름에 대한 현지 전망도 갈린다.
분명한 것은 한국 반도체의 추격자가 12조 원대 실탄을 장전하고 자본시장 데뷔전을 치른다는 사실이다. 오늘 상하이의 시세판이 어떤 숫자를 찍든, 삼성과 하이닉스의 어깨너머는 한층 소란스러워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