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가 미국 핵추진 잠수함 산업의 문 앞까지 다가섰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미국 법인 한화디펜스USA는 최근 호주 조선·방산업체 오스탈의 미국 사업부 ‘오스탈 USA’를 10억5000만~12억달러(최대 약 1조7000억원)에 인수하겠다는 예비적·비구속적 제안을 냈고, 오스탈은 4주간의 실사 기회를 부여했다.
오스탈 USA가 가진 ‘핵잠 티켓’

미 해군은 버지니아급 공격형 핵잠수함과 컬럼비아급 전략핵잠수함을 양대 축으로 차세대 수중전력을 구축하고 있다. 오스탈 USA는 2022년부터 이 두 함급에 들어가는 지휘통제시스템모듈 등 핵심 모듈을 제작해 최종 조립을 맡는 조선소로 보내는 공급망의 한 축이다.
앨라배마주 모빌에는 잠수함 모듈 전용 생산시설도 짓고 있다. 여기에 약 3500명의 임직원, 100억달러 규모 수주잔고, 캘리포니아의 함정 정비(MRO) 사업까지 갖춰, 인수가 성사되면 한화는 미 해군 함정·잠수함 공급망에 직접 진입하는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미국 스스로 못 만드는 잠수함

배경에는 미국의 절박함이 있다. 미 해군 당국은 자국 잠수함 제조 기반의 생산능력이 30년 전의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고 진단한 바 있다. 매년 컬럼비아급 1척과 버지니아급 2척을 짓는 게 목표지만, 인력 부족과 부품 지연으로 버지니아급 실제 생산속도는 연간 1.1~1.2척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전해진다.
호주에 공급할 오커스(AUKUS) 물량까지 감안하면 생산 기반 확충은 더 절실하다. 미국이 동맹국 조선업체의 힘을 빌리려는 이유이고, 한화가 지금이 진입 적기라고 판단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도 ‘완성함’은 아니다

다만 오스탈 USA를 확보해도 한화가 핵잠수함 완성함을 건조하거나 원자로 기술을 손에 넣는 것은 아니다. 오스탈 USA의 영역은 어디까지나 미국 주계약 업체들이 주도하는 사업에서 모듈을 만드는 공급망이다.
리스크도 있다. 오스탈 USA는 일부 함정 사업의 비용 증가로 2026회계연도에 약 1억7500만 호주달러의 영업손실이 예상되는 것으로 알려져, 한화는 실사 기간 수주잔고와 재무 상태를 꼼꼼히 점검할 계획이다. 이번 제안은 구속력 없는 초기 단계로, 최종 계약과 미국 정부의 승인 절차까지 넘어야 할 관문이 남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