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9 자주포가 서유럽에 처음 들어간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스페인 방산업체 인드라시스템즈와 ‘K9 자주포 등 수출 실행계약’을 체결했다고 31일 공시했다. 지난달 19일 미 육군에 차륜형 K9 시제품 6대를 공급하는 계약을 따낸 지 2주 만에 또 하나의 선진 방산시장 문을 연 것이다.
최소 6675억…금액은 비공개

계약 금액과 물량, 기간은 경영상 비밀을 이유로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한국거래소의 수주 공시 기준이 최근 매출액의 2.5% 이상이라는 점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지난해 매출 26조7029억원을 감안하면, 계약 규모는 6675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추산된다. 인드라는 계약 체결 후 1차 선급금 20%를, 연내 2차 선급금 5%를 지급하는 조건이다.
양사는 지난 3월 자주포 현대화를 위한 구속력 있는 양해각서를 맺었고, 이번 계약으로 스페인 수출이 공식 확인됐다. 스페인은 K9을 도입하는 11번째 나라다.
동·북유럽 돌던 K9, 왜 서유럽은 어려웠나

K9은 2001년 튀르키예를 시작으로 폴란드·핀란드·인도·노르웨이·에스토니아·호주·이집트·루마니아로 수출 지역을 넓혀왔다. 하지만 유럽 수출은 동유럽과 북유럽에 집중됐다. 독일·영국 등 전통 방산 강국이 자국 무기를 앞세우는 서유럽은 진입 장벽이 상대적으로 높았기 때문이다.

스페인 현지에서는 이번 사업을 무기 구매를 넘어 포병산업 재건으로 본다. 스페인 군사전문매체 인포디펜사에 따르면 인드라가 주도하는 포병 현대화 프로그램 규모는 최대 45억1600만 유로(약 7조7000억원)에 이른다. 초기 물량은 한국에서 공급하고 이후 스페인 히혼 공장에서 현지 생산을 늘리며, 인드라가 현지형 K9의 설계 권한을 확보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현지 생산이 열쇠…라인메탈 손잡은 LIG도

현지 생산 확대는 유럽연합(EU)이 역내 생산 비중이 높은 방산 사업에 자금 지원과 조달 혜택을 주는 정책과 맞물려 있다. LIG D&A가 지난 6월 독일 라인메탈과 유럽·나토 방공시장 공략을 위한 파트너십을 맺고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측은 미국이 자국과 중동의 요격미사일 수요를 우선할 경우 유럽이 공급 순위에서 밀릴 수 있다며, 빠른 생산·납품 능력을 갖춘 K9과 천궁-II가 유럽 방공 공백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스페인 사업은 현지 생산 이행과 설계 권한 이전이라는 조건이 붙어 있어, 실제 수익성과 후속 물량은 이 과정이 얼마나 순조롭게 진행되느냐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