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핵을 가진 북한이 이웃 나라의 핵 논의에 발끈하고 나섰다. 조선중앙통신은 25일 논평에서 일본 총리와 방위상의 핵 정책 재검토 시사 발언을 겨냥해 “일본의 핵정책 개정은 곧 전범국의 핵무장화”라며 “핵무장화 야망을 공론화에만 머무르지 않고 정식 중요국책 결정으로 직행하겠다는 기도”라고 비난했다.
“금기 깨자”는 일본.. 발단이 된 발언들

북한이 문제 삼은 것은 일본 안보 정책의 심상찮은 변화다.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상은 지난 17일 공개된 인터넷방송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프랑스의 핵 억지력 강화, 핀란드의 핵무기 반입 허용 추진을 거론하며 “일본으로서는 논의하기 어려운 과제지만,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핵”이라고 말했다.

앞서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도 국회에서 ‘핵무기를 보유·제조·반입하지 않는다’는 비핵 3원칙의 재검토 논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1967년 이래 반세기 넘게 일본의 국시로 여겨진 원칙이 총리와 방위상의 입을 통해 연달아 흔들린 셈이다.
‘전범국’, ‘제 무덤’.. 원색 비난의 수위

북한 논평의 수위는 거칠었다. 통신은 일본을 아시아태평양 전쟁을 일으킨 전범국이자 역사를 왜곡하는 ‘반인륜 범죄 국가’로 규정하며, 비핵 3원칙 수정은 “논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일본이 선진 핵기술과 함께 수많은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농축우라늄을 쌓아두고 있어 “임의의 시각에 핵무기 대량생산을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은 공개된 비밀”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일본은 상당량의 플루토늄을 보유해 마음만 먹으면 단기간에 핵무장이 가능한 ‘잠재적 핵능력 국가’로 평가받아 온 것이 사실이다. 통신은 “일본의 행태는 기필코 제가 제 무덤을 파는 결과만을 자초하게 될 것”이라는 저주성 경고로 논평을 맺었다.
핵보유국의 훈계.. 논평에 담긴 속내

유엔 제재를 받으며 핵을 개발한 북한이 남의 핵무장을 꾸짖는 모습은 적반하장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다만 이번 반발을 단순한 억지로만 보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일본의 핵 논의가 실제 금기의 선을 넘고 있고, 중국 역시 같은 사안에 반발하고 나선 만큼 북한이 중·러와의 반미·반일 연대를 다지는 명분으로 이를 활용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자국 핵보유의 정당성을 강변해 온 북한으로서는 ‘일본 위협론’이 핵 개발 명분을 강화하는 재료이기도 하다. 일본의 금기 깨기와 북한의 맞비난이 맞물리며, 동북아의 ‘핵 도미노’ 우려는 한층 무거워지는 모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