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양가상한제 아파트에 당첨되고도 실제로는 살지 않은 채 주소만 옮겨둔 집주인이라면 내년부터 긴장해야 한다. 정부가 전입신고 서류만 보던 방식에서 벗어나 조사관이 집을 직접 찾아가고 통신·카드 자료까지 대조하는 실태조사에 나서기 때문이다. 실거주 의무를 어기고 거주한 것처럼 속이면 주택법에 따라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8만 가구, 진짜 살고 있나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업무보고에서 분양가상한제 주택의 실거주 의무 위반을 막기 위해 실거주 유예 신고를 의무화하고 실태조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관련 법령 정비와 조사 인력 확보를 거쳐 내년 초부터 조사에 착수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상은 수도권 분양가상한제 적용 주택 가운데 거주의무 개시가 유예된 약 8만 가구다.
조사의 핵심은 서류가 아니라 실제 생활 여부다. 조사관이 해당 주택을 방문하는 현장점검을 병행하고, 통신·카드 이용 정보와 TV 수신 자료, 관리사무소 보유 자료 등을 함께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3년 유예, 만료가 코앞

분양가상한제 주택은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얼마나 싼지에 따라 2~5년의 실거주 의무가 붙는다. 공공택지는 시세의 80% 미만이면 5년, 80~100%면 3년이고 민간택지는 각각 3년과 2년이다. 원래는 입주 즉시 살아야 했지만, 2024년 3월 19일 시행된 개정 주택법이 거주의무 개시 시점을 ‘최초 입주가능일부터 3년 이내’로 늦춰줬다.
그 3년이 이제 끝나간다. 2024년 입주한 주요 단지의 유예 기한이 내년 2월부터 차례로 돌아오고, 국내 최대 단지인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도 2027년 11월 말께 기한이 만료된다. 정부가 실태조사 카드를 꺼낸 시점이 여기에 맞물려 있다.
세입자는 4년, 집주인은 3년

문제는 제도 자체에 손볼 대목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실거주 의무 부과 여부와 기간은 지자체가 어느 단지를 시세 기준으로 삼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2024년 12월 분양한 서초구 방배동 한 단지는 최대 8억원가량 시세차익이 기대되는 상한제 단지였지만, 지자체가 분양가를 시세보다 높다고 판단해 실거주 의무가 붙지 않았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지자체 판단에 따라 같은 강남권 단지도 천차만별이 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세입자와의 충돌도 있다. 실거주 유예는 3년인데 임대차 계약갱신청구권은 ‘2+2년’으로 최소 4년을 보장한다. 세입자가 4년을 원해도 집주인이 3년 안에 들어와 살아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2024년 총선을 앞두고 실거주 의무 폐지 대신 ‘3년 유예’로 법을 고치면서 “일단 시행한 뒤 문제를 고치겠다”고 했지만, 3년이 지난 지금까지 제도 개선은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는 실수요자용 주택이 목적대로 쓰이는지 확인하겠다는 입장이다. 유예 만료를 앞둔 당첨자라면 본인 단지의 의무 기간과 개시 시점을 확인하고, 임대차 계약이 걸려 있다면 실행 전 전문가 검토를 받는 것이 안전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