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나다와 미국의 무역 협상이 지난달 21일 결렬됐다. 미국은 예고대로 200억 달러 규모 캐나다산 제품에 50% 관세를 발효했고,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1달러도 빠짐없이 같은 규모로 맞대응하겠다”며 오는 8일부터 철강·유제품·가전·농기계·전자제품 등에 보복관세를 물리겠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에서 “전쟁을 하려는 듯 보인다”는 지적에 그는 “우리가 공격당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다 된 협상이 며칠 만에

결렬 직전까지 양측은 타결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결렬 사흘 전 관세를 일시 유예하며 소셜미디어에 “합의했다”고 썼고, 카니 총리는 각 주 총리들에게 미국산 주류 판매 재개를 요청했다. 그러나 문안 작업 단계에서 틀어졌다.
카니 총리는 미국이 마감 직전 중대형 트럭을 관세 완화 대상에서 빼는 등 “불공정하고 비경제적인” 조건을 요구했다고 주장한 반면, 미국 무역대표부는 캐나다 주정부의 미국산 주류 판매 금지 등 보복 조치가 유지된 점을 문제 삼았다.

캐나다 내 여론은 정부 편이다. 카니 정부의 맞대응이 70% 이상의 지지를 받았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전해졌고, 다만 야당인 보수당의 피에르 폴리에브 대표는 “우리가 거부한 합의안을 캐나다 국민은 아직 보지 못했다”며 협상 내용 공개와 의회 소집을 요구하고 있다.
“보복 카드가 없다”는 미국 쪽 진단

미국 내에서는 캐나다의 강경 대응이 무모하다는 논평이 잇따른다. 캐나다는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1가량을 수출에 의존하고 그 수출의 4분의 3 이상이 미국행이라는 게 근거다. 캐나다 일각에서 거론한 대미 전력 공급 차단은 미국 전체 전력 공급의 1%에도 못 미쳐 효과가 없고, 석유 수출 중단 역시 미국이 세계 최대 산유국이자 순수출국이어서 위력이 제한적이라는 지적이다.

오히려 캐나다가 더 취약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앨버타에서 온타리오로 가는 캐나다 원유의 상당량이 미국 영토를 지나는 송유관에 의존하고 있어, 분쟁이 커지면 이 관로가 먼저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세인트로렌스 수로 통행료 인상 카드 역시 미국이 같은 수로의 갑문 일부를 관리하고 있어 되받아칠 수 있다는 반론이 따라붙는다.
결말은 아직 열려 있다

물론 이런 진단은 대체로 미국 보수 진영의 시각이다. 캐나다 정부는 미국이 자동차·철강·알루미늄 등 핵심 산업을 “파괴할” 조건을 들이밀었기 때문에 서명할 수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미국 역시 캐나다산 원유와 부품에 의존하는 산업이 적지 않다.
관건은 시간이다. 8일 보복관세가 발효되면 양측 피해는 본격화된다. 협상 재개 없이는 캐나다가 심각한 경기 침체를 피하기 어렵다는 경고와, 서두른 합의는 산업 기반을 내주는 것이라는 반론이 맞서는 가운데, 이 도박의 결말은 트럼프와 카니 중 누가 먼저 손을 내미느냐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