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월 27일 아침, 러시아 볼고그라드 주민들은 전투기만 한 비행체가 도심을 가로질러 볼가강 인근 공장에 내리꽂히는 장면을 목격했다. 몇 초 뒤 두 번째 비행체가 같은 공장의 다른 건물을 때렸고, 거대한 폭발과 화재가 일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자국산 순항미사일 FP-5 ‘플라밍고’가 타이탄-바리카디 공장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이곳은 110년 역사의 러시아 국영 시설로, 대륙간탄도미사일 야르스와 극초음속 미사일 오레슈니크, 이스칸데르의 최종 조립을 담당하는 러시아 미사일 전력의 심장부다. 위성사진 분석 결과 공장 2개 동 내부가 사실상 평탄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토마호크 5분의 1 가격의 괴물

놀라운 것은 이 미사일의 가격표다. 플라밍고는 발당 50만 달러, 약 7억6000만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미국 토마호크(약 250만 달러)의 5분의 1, 유럽 MdCN이나 러시아 Kh-101과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싸다. 그런데 사거리는 3000km에 탄두는 1.15톤으로, 토마호크 탄두(450kg)의 두 배가 넘는다.
비결은 ‘뺄셈’이다. 소련제 훈련기용 중고 엔진을 동력원으로 쓰고, 서방이 지원한 항공폭탄을 탄두로 개조했으며, 동체는 값싼 유리섬유로 만들었다. 정교한 지형대조 유도장치 대신 GPS와 민수용 재밍 방지 안테나만 달았다. 첨단을 포기한 대신 가격과 물량을 얻은 것이다.
1년에 90발 vs 한 달에 90발

생산력 격차는 더 충격적이다. 미국이 지난해 1년간 생산한 토마호크는 90발인데,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공습 속에서도 플라밍고를 매달 90발씩 찍어내고 있으며 연말까지 월 210발 체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실제 플라밍고는 볼고그라드 외에도 1400km 떨어진 이스칸데르 생산 공장 등 러시아 종심 타격에 잇따라 투입되고 있다.
미국도 뛰어든 가성비 전쟁

이 흐름에 미국도 올라탔다. 미국은 유럽과 함께 8억2500만 달러를 들여 저가형 순항미사일 ‘러스티 대거’와 ‘바라쿠다-500’ 등 3350발을 우크라이나에 공급하기로 했는데, 발당 약 24만6000달러로 미군 주력 JASSM-ER의 10분의 1 가격이다. 상용 부품과 3D 프린팅, 값싼 터보제트 엔진으로 원가를 깎은 결과다.
이 미사일들은 거대 방산기업이 아닌 신생 업체들이 축구장 두어 개 규모 시설에서 연 1000~3000발씩 만들어낸다. 수십억짜리 명품 미사일 소량 보유의 시대에서, 수억짜리 미사일 수천 발의 시대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증명한 ‘가성비 전쟁’의 문법이 세계 방산의 판을 다시 짜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