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마트 진열대가 비어가고 있다. 타라스 비소츠키 우크라이나 농업식량부 장관은 지난 주말 기자들에게 “대략적으로” 주요 유통 체인이 쓰는 식품 물류 인프라의 약 90%가 러시아 공습으로 파괴됐다고 밝혔다.
대형 마트 체인에 물건을 대는 물류센터가 사실상 무너졌다는 뜻이다. 며칠째 이어진 러시아의 제트 드론·미사일 공습이 무기고에 이어 ‘먹거리 창고’를 정조준한 결과다.
주택가 옆 탄약고가 터졌다

공습의 참상은 지난달 28일 밤 키이우 서쪽 부차 지구의 밀라 마을에서 극에 달했다. 러시아 드론이 우크라이나 방위군 탄약고를 때리자 화재와 함께 수 시간 동안 2차 폭발이 이어졌고, 최소 38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다쳤다. 주택 수십 채와 노인·장애인 요양시설이 부서졌으며 주민 수백 명이 대피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자국군을 향해 날을 세웠다. 그는 “사람들 바로 옆에 폭발물을 보관한 이들의 끔찍한 과실”이라며 포탄·지뢰·드론을 쌓아둔 이 시설은 “절대 그곳에 있어서는 안 됐다”고 말했다. 검찰은 형사 수사에 착수했다. 두 달 만에 벌어진 두 번째 사고이기도 하다. 지난 7월 인근 비슈네베의 탄약고 피격 때도 2차 폭발로 9명이 숨져 국영 방산업체 임원들이 체포됐다.
90% 파괴, 그래도 “기근은 없다”

러시아 국방부는 밀라 시설에 장거리 드론 부품과 발사체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소셜미디어에서 퍼진 패트리엇 미사일 보관설은 우크라이나 공식 발표로 확인되지 않았다.
문제는 같은 기간 러시아가 군사시설뿐 아니라 슈퍼마켓 체인·우편사업자·소매업체·물류회사 창고를 잇따라 때렸다는 점이다. 자포리자에서 마지막까지 영업하던 대형마트도 같은 날 공격받았다.

비소츠키 장관은 유통업체들이 비용이 더 들더라도 생산자 직송 방식으로 바꾸고 있어 기근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키이우 상점들은 이미 농산물·유제품·생필품 진열대가 비었다고 전한다.
서로의 창고를 노리는 전쟁

이런 공격은 양측이 주고받는 것이기도 하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정유시설·에너지 시설과 온라인 소매업체 물류창고를 장거리 드론으로 타격해 왔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상점에 물자를 대는 창고를 때리는 것으로 응수하고 있다.
일부 서방 분석가는 우크라이나가 공격 대상을 민간 창고로 넓히면서 러시아도 표적 목록을 확대했다고 지적한다. 반면 우크라이나 정부는 장거리 타격이 러시아를 협상장으로 끌어내기 위한 수단이라는 입장이다.

방어는 갈수록 버겁다. 키이우 방공망은 탄도미사일을 확실히 막는 유일한 수단인 패트리엇 요격탄 부족에 시달리고 있고, 제트 엔진 드론까지 가세했다. 탄약고 책임을 가리는 수사가 사건의 일부를 밝힌다면, 겨울을 앞둔 식량 물류의 복구 속도가 나머지를 말해줄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