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 국방예산이 사상 처음 70조원을 넘어선다. 국방부는 1일 2027년 국방예산 정부안을 올해(67조7040억원)보다 8.2%(5조5737억원) 늘어난 73조2777억원으로 편성해 국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8.2% 증가율은 2008년 이후 18년 만에 최대다. 앞서 11년 개발을 마무리하고 올해 공군 인도를 앞둔 KF-21 양산비가 두 배 넘게 늘었고, 핵추진잠수함 예산이 처음으로 잡혔다.
핵잠 200억이 1000억으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핵추진잠수함이다. 정부는 2030년대 중반 1번 함 진수를 목표로 핵잠 개발 기본계획을 추진 중인데, 설계·연구 등 초기 사업비 1000억원이 내년 예산에 처음 반영됐다.
당초 200억원 안팎이 거론됐으나 정부 내 협의 과정에서 크게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총사업비는 비용을 분석하는 단계”라며 “설계나 검토에만 그 정도 비용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KF-21 양산 예산은 올해 1조4000억원에서 3조3000억원으로 늘었다. 공대공 위주 블록-Ⅰ 40대를 2028년까지 만드는 최초 양산과,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까지 얹는 블록-Ⅱ 80대 후속 양산을 병행하기 위한 것으로, 후속 양산 착수비 1500억원이 새로 담겼다. 북한 핵·미사일 대응을 위한 중고도무인정찰기(MUAV)와 장거리지대공유도무기(L-SAM)는 전력화를 1년 앞당긴다.
드론과 사람에도 돈을 쓴다

무기 도입에 쓰는 방위력개선비는 13.8% 늘어난 22조7112억원, 군 운영에 쓰는 전력운영비는 5.9% 늘어난 50조416억원이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위한 핵심전력 예산은 18조6000억원에서 21조3000억원으로 확대됐다.
군집드론 연구개발에 착수하고 중거리 자폭드론, 분대급 소형 자폭드론 등도 확보하며, AI·로봇·드론 유무인 복합체계 예산은 8000억원에서 1조2000억원으로 늘린다.
병력 감소에 대응한 ‘사람’ 투자도 눈에 띈다. 하사 1호봉 보수를 월 300만원 수준으로 올리고 단기복무부사관 장려금을 1000만원에서 1200만원으로 인상한다. 상비예비군은 3700명에서 7000명으로 늘리고, 제초·제설 같은 비전투 임무를 민간에 맡기는 시범사업도 시작한다.
3.5%까지 갈 길

이번 증액은 정부가 2035년까지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3.5%로 늘리는 데 미국과 공감대를 이룬 뒤 나온 첫 예산이다. 그럼에도 내년 국방예산은 GDP 대비 2.33%로 올해(2.28%)보다 소폭 오르는 데 그친다. 3.5%까지 가려면 앞으로도 매년 이 이상의 증가율을 이어가야 한다는 뜻이다.
변수도 있다. 정부안은 국회 심의를 거쳐야 확정된다. 무엇보다 핵잠 총사업비가 아직 산정되지 않았고 KF-21 후속 양산은 국산 무장 개발과 맞물려 있어, 70조원 시대의 성과는 이 예산이 실제 전력으로 이어지느냐에 달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