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이 2027년 대만을 침공한다’는 얘기는 국제 뉴스의 단골 소재다. 그런데 정작 워싱턴의 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전혀 다른 시나리오가 더 무게 있게 논의되고 있다. 미사일이 아니라 봉쇄와 심리전으로, 총 한 발 쏘지 않고 대만을 굴복시키는 그림이다.
‘2027년’의 진짜 의미

침공설의 출발점은 2021년 3월 필립 데이비드슨 당시 미 인도태평양사령관의 의회 증언이다. 그는 대만에 대한 위협이 “향후 6년 안에” 드러날 수 있다고 말했고, 이것이 ‘2027년 침공설’로 굳어졌다.
그러나 이 발언의 정확한 의미는 중국이 침공 ‘능력’을 갖추는 시점이지, 침공을 ‘실행’하는 시점이 아니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데이비드슨 본인도 이듬해 2027년이 정해진 침공 시점은 아니라고 부연했다. 중국 정부 역시 2027년을 통일 시한으로 공식화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침공 대신 ‘조여서 무너뜨리는’ 그림

전문가들이 침공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유는 비용이다. 130km 해협을 건너는 대규모 상륙작전은 우크라이나에서 고전한 러시아의 사례보다 훨씬 어렵고, 실패 시 중국 경제와 시진핑 체제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 많다.
대신 주목받는 것이 이른바 ‘회색지대 전략’이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 기고문 등에서는 중국이 해경과 해상민병으로 대만 주변 통행을 단계적으로 통제하고, 대규모 훈련구역 설정과 가짜뉴스·사이버 공격으로 대만 내부의 자신감을 무너뜨리는 방식이 제시됐다. 공식 항복 선언은 없지만 대만이 스스로 군사·외교적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상태, 즉 사실상의 굴복을 노린다는 것이다.
26번의 워게임이 보여준 봉쇄의 위력

이 시나리오는 공상이 아니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지난해 중국의 대만 봉쇄를 26차례 워게임으로 돌린 보고서 ‘라이츠 아웃’을 발표했다. 중국은 2022년 펠로시 당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봉쇄를 모사한 군사훈련을 실제로 반복해 왔다.
보고서는 봉쇄가 특히 대만의 에너지 부문을 타격해 심각한 고통을 줄 수 있다고 봤다. 침공과 달리 봉쇄는 미국의 군사 개입 명분이 모호해지고, 그 사이 보험사들이 대만행 선박 인수를 꺼리면서 경제가 서서히 질식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CSIS는 봉쇄 역시 중국에 저위험 카드가 아니며, 통제 불능의 확전으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결국 대만해협의 진짜 관전 포인트는 전쟁 발발일이 아니라, 눈에 잘 띄지 않는 ‘조용한 조이기’가 어디까지 진행되느냐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진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