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름처럼 ‘천당’을 맛본 지 하루 만에 지옥을 오간 주식이 있다. 삼천당제약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천당제약은 21일 장중 전 거래일 대비 29.92% 내린 16만7500원까지 밀리며 가격제한폭 하단을 찍었다. 바로 전날 29.82% 오른 23만9000원으로 상한가에 마감한 종목이다.
이날 25만 원대로 출발해 장중 25만4000원까지 오르던 주가가 방향을 틀자 낙폭은 걷잡을 수 없었다. 하루 장중 고점과 저점 차이만 8만6500원. 전날 상승분을 모두 반납한 것은 물론 급등 전인 16일 종가(18만4100원)보다도 낮아졌고, 시가총액은 5조6000억 원대에서 3조9000억 원대로 하루 새 약 1조7000억 원이 증발했다.
FDA 답변서 한 장에 상한가 직행

출발은 호재였다. 삼천당제약은 20일 개장 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먹는 비만·당뇨약) 복제약 개발과 관련한 ‘Pre-ANDA’ 공식 답변서를 받았다고 밝혔다. FDA가 답변서에 오리지널약 ‘리벨서스’를 대조약으로 명시했다며 “개발 경로의 규제상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완화됐다”는 설명도 붙였다.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이 폭발적으로 크는 상황에서 미국 진출 기대감에 매수세가 몰렸고, 주가는 개장과 동시에 상한가로 직행하며 코스닥 시총 7위까지 뛰어올랐다.
하루 만에 뒤집힌 이유.. 답변서의 진짜 의미
그러나 시장은 하루 만에 답변서의 의미를 다시 따져보기 시작했다. Pre-ANDA는 복제약 허가 신청 전에 개발 전략과 시험 방법을 FDA와 사전 협의하는 절차일 뿐, 정식 허가 신청이나 심사가 시작됐다는 뜻이 아니다. 개발 방식과 추가 임상 면제 여부도 확정되지 않았다.
회사가 핵심 기술과 전략 노출을 이유로 답변서 원문을 공개하지 않으면서 의구심은 더 커졌다. 오리지널약 리벨서스의 제형 관련 특허가 2039년까지 걸려 있다는 점 등 넘어야 할 산이 남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허가 문턱을 넘은 것’처럼 번졌던 기대가 ‘협의 단계일 뿐’이라는 현실 인식으로 바뀌며 매물이 쏟아진 것이다.
이틀간의 롤러코스터가 남긴 것

상한가에 올라탔던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비명이 터져 나왔다. 상한가 당일 추격 매수한 투자자라면 단 하루 만에 30% 가까운 평가손실을 안게 된 셈이다.
회사는 이번 회신이 미국 시장 진입 전략을 확인한 의미 있는 진전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이번 사례는 제약·바이오주의 규제 절차 뉴스가 실제 의미보다 부풀려 소화될 때 주가가 어떻게 널뛰는지를 보여주는 교과서적 장면으로 남게 됐다. 답변서 한 장의 진짜 가치는 결국 향후 허가 절차의 진행 경과가 말해줄 전망이다.
